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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비례대표 파동 전말

입력
2016.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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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비대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국회의사당을 빠져 나오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bo.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비대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국회의사당을 빠져 나오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bo.com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파동이 22일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셀프 공천을 둘러싼 ‘노욕(老慾)’ 비판으로 ‘대표 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이날 비대위에 참석, 당무를 처리하면서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김 대표와 친노무현계·운동권으로 대표되는 구 주류간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잠시 휴전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도 자신의 명예를 강조하면서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다. 비례대표 2번 배치를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에 상당한 모욕감을 느낀 만큼 쉽게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비판의 이면에는 친노·운동권 인사들의 조직적 개입이 있다고 김 대표 측은 추론하고 있다. 김 대표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당의 체질 개선을 통한 ‘중도 외연 확대’를 위해서도 이러한 계파 패권 움직임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 측 입장이다.

김 대표와 비대위원들은 지난 19일 심야 비대위에서 김 대표를 비례 2번으로 배치하고, 김 대표가 영입한 교수 등을 당선권에 배치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의결했다. 그러나 20일 중앙위원회에서 대표의 전략공천 권한 남용과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후보들을 A·B·C 그룹으로 나눈 것에 대해 당규 위반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이러한 논란이 당 안팎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이 타깃이 된 것이 결정타였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비대위원들에게 “더민주가 총선 이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의원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며 2번 배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전권을 부여 받은 김 대표가 사심(私心)에 따른 공천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중앙위 반발 과정에서 비대위원과 공천한 예비후보들 중 아무도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21일부터 ‘당무 거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비대위는 여론의 비판이 심상치 않다는 이유로 김 대표를 당선권 후순위(14번)에 배치하고 A·B·C 그룹 간 칸막이를 제거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대표가 불참한 채 진행된 중앙위에선 김 대표를 포함한 대표 몫 전략공천 인원을 4명으로 확정하고, 순번 배치 권한을 김 대표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했다. 사실상 김 대표가 자신을 2번에 배치할 수 있게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와 함께 구 주류가 요구한 칸막이 제거와 청년·노동·취약지역·당직자 몫에 대한 당선안정권·우선순위 배치도 반영하면서 양측 간 절충에 나섰다. 변재일 비대위원도 김 대표에게 중앙위 상황을 전달하면서 사실상 김 대표의 묵인 하에 추인이 진행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를 감안한 듯 김 대표의 셀프 공천을 강력 비판했던 장외 친노·운동권 인사들도 “김 대표에게 2번을 줘야 한다”고 180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22일 새벽 진행된 중앙위 표결 결과,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상위권을 독식한 것이 구 주류에 대한 김 대표의 불신을 다시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친노·운동권 인사들의 입장 변화에도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전부터 김 대표 주변에서 ‘대표직 사퇴설’에 급속히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자, 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하는 등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김 대표와 45분 동안 회동에서 “당의 간판으로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대표직을 계속 수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의 요지부동에 구 주류 대표인사인 문 전 대표가 나서 자세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 전략공천 몫에 대한 순위부여 권한을 비대위원에게 위임하고 국회를 서둘러 빠져나갔다.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비례 2번에서 내 이름을 빼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위원들은 김 대표를 재차 설득하기 위해 이날 밤 자택을 찾았다.

김 대표가 아직 거취를 놓고 고민 중이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김 대표가 구 주류와 비대위원들의 군기를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선거운동으로 한시가 급한 구 주류 의원과 비대위원 입장에선 김 대표의 버티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총선 이후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김 대표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는 구 주류 간 갈등은 언젠가 재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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