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들이 제 머리 색깔이 아닌 제 생각이 가진 힘을 봐줄 것이라 믿는다.” ‘베트남의 레이디 가가’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마이 코이(32ㆍ여)가 5월 총선을 향해 던진 출사표다. 하얗게 탈색한 머리에다 개성 있는 의상으로 유명한 마이 코이는 최근 머리도 검게 물들인 채 선거벽보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 코이는 무소속 후보로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통음악과 포크, 록 등 장를 불문하고 베트남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패와 성차별에 대해 노래하는 그는 11일(현지시간) “정치를 대중의 잔치로 만들고 싶다”며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아직 선거후보로 공식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지만 이미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마이 코이의 출마를 환영하고 있다.
21일 뉴욕타임스는 14대 국회를 위해 총선을 준비하는 베트남 정가에 마이 코이와 같은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총선 후보등록이 마감된 현재 100여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 신청을 했다. 총 500석 중 집권당인 공산당 소속 의원이 90% 이상(458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 상황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무소속 출마가 허용된 2002년 후 대부분의 무소속 의원은 공산당과 깊숙이 연관된 사업가나 학자들이었던 반면 이번 선거에선 작가, 코미디언, 변호사 등 정당과 전혀 무관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무소속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도 다양하다. 스스로 반정부 인사는 아니라고 소개하는 마이코이와 달리 일부 후보들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에 대해 비판하며 다당 체제를 주장한다. 호찌민의 사업가인 응웬 짱 늉(34)은 총선에 출마하며 “여러 정당이 국회에 입성하면 베트남은 지금의 문제상황들에 대해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하노이의 사업가로 가장 저명한 무소속 후보인 응웬 꾸앙(69)은 “베트남에서 시민사회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선거제도는 여전히 공산당이 국회를 지배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베트남 국회를 연구해 온 폴 슐러 미국 애리조나대 정치학 교수 역시 “무소속 후보들이 베트남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고위급 의원에 전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현 후보 선출 절차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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