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보관련법을 이달 29일부터 시행하는 내용의 정부령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자위대는 타국 군대에 대한 후방지원 등에 합법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군대와 사실상 다름없는 역할을 드러내놓고 할 수 있게 됐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22일 각료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령을 의결했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자위대 사령관 파견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관련내용 등을 뒷받침하는 30개 시행령개정안도 일괄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9월19일 참의원 최종 통과 후 같은 달 30일 관보에 공포하면서 6개월 내 시행토록 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자위대의 활동이 법적으로 완비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확실하게 하는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다”며 “억지력 향상과 지역, 국제사회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이상으로 적극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가 요시히테(菅義偉) 관방장관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중요한 것은 국민 지지를 얻는 것”이라며 “각료들이 국민의 이해를 얻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자위대원의 안전을 확보해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자위권은 일본과 밀접한 관련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이 자국이 공격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해 대신 반격하는 권한이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를 포함해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상황으로 판단하면 ‘중요영향사태’로 규정해 자위대가 지리적 제한없이 미군을 후방지원하게 된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전수방위(專守)’원칙이 유지돼 왔지만 2014년 7월 각료회의를 통해 헌법해석을 바꿔 이를 사문화 시켰고, 이제 하위규정을 거침없이 고치는 단계다.
일본내 일반적인 여론도 아베 정권의 우경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이 19,20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보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7%에 이른 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의견은 35%에 그쳤다.
일본 정부의 자위대원 모집 활동을 둘러싼 논란도 진행형이다. 일본 전국의 지자체들은 자위대원 모집활동을 돕기 위해 고교 3년생들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자위대 지역본부측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 대해 아사히(朝日)신문이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위배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위대법 시행령에 방위성이 이런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협조사항일 뿐이란 비판이다. 이 때문인지 태평양전쟁 당시 많은 사상자를 낸 오키나와(沖?)현에선 41개 시정촌(市町村)이 개인정보 불법제공 금지 등을 이유로 명단제공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시민단체와 야권이 ‘전쟁법 폐기’를 주장하는 등 끊이지 않는 여론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일부 핵심조치는 유예했다. 미군에 탄약을 제공할 수 있는 미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 개정 및 자위대가 공습을 받은 타국군을 위해 현장에 출동해 무기를 사용하는 ‘출동경호’임무부여 등의 작업을 여름 참의원선거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에 관한 일본국민의 중요사안임에도 선거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꼼수나 다름없다. 시민사회그룹은 안보법 실행일이 다가오면서 도쿄(東京) 등 곳곳에서 “전쟁법 폐지” “아베 내각 퇴진” 등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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