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 압데슬람 체포 당시
은신처서 중화기 등 무기 발견
이미 추가 테러 준비 끝났던 듯
동조자들 추적 벨기에 경찰
최고 수위 경보 내렸지만 못 막아
아메리칸 항공 수속장 주변
“미국인 겨냥한 테러” 분석도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벌어진 연쇄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난해 말 파리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18일 파리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 체포 당시 그의 은신처에서 중화기를 비롯한 다량의 무기가 발견되면서 IS 조직원들이 추가 보복 테러를 모의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나왔던 터다.
벨기에 당국은 아직까지 테러범의 특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압데슬람 체포 나흘 만에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현지 경찰은 IS 및 압데슬람과의 연관성을 주목하면서 사실상 IS를 지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브뤼셀 폭탄 테러는 IS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IS의 온라인 지지자들은 아랍어 해시태그(#Brusselsonfire)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 브뤼셀 폭탄테러를 칭찬하며 IS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 추종 세력들은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온라인 상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해 IS의 폭탄 테러를 칭찬한 바 있다.
벨기에 당국이 압데슬람 체포 이틀 후인 20일 파리테러에 연루된 인물이 최소 30명이며 이중 또 다른 핵심 용의자 2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당시 디디에 렝데르 벨기에 외교장관은 “파리테러에 관여한 ‘테러범 조직망’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고 우려했다. 압데슬람이 체포될 당시 그의 집 안에 중화기 등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벨기에 당국은 압데슬람이 이미 다른 테러를 계획하고 있으며 준비가 끝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벨기에 당국은 압데슬람 체포 직후 테러 경보를 최고 수위로 상향하며 추가 테러를 대비해왔다.
벨기에 당국은 압데슬람이 체포되자 IS가 조직적으로 보복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지 경찰들은 압데슬람이 체포되며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궁지에 몰린 IS 조직원들이 브뤼셀 시내에서 전격 테러를 단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폭발이 있기 직전 아랍어 외침이 있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으로 보는 근거의 하나다.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자살 폭탄이나 총격 테러를 벌일 때 '알라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친다.
벨기에 경찰은 공항에서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수색을 벌인 결과, 공항 곳곳에서 추가로 폭탄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테러가 조직적으로 감행됐다는 점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폭발이 발생한 2곳 중 한군데는 미국 아메리칸 항공의 출국 수속장 주변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한때 나와 미국인들을 겨냥한 테러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아메리칸 항공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브뤼셀 시내 말베크 지하철역도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해 있는 곳으로 유럽의 심장부로 꼽힌다. 지하철역에서 테러가 발생한 시점은 오전9시쯤의 출근 시간대로 인구이동이 많은 때를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파리 테러로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IS 조직원들이 브뤼셀 시내 연쇄 테러를 통해 또 한번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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