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은 전우 구하려다 두 다리 잃은 이종명 전 육군 대령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 조훈현 국수 등 당선 안정권에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1순위에 KT전무 출신인 송희경 한국 클라우드산업협회장을 배정했다. 2000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부상당한 후임병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전 육군 대령도 2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이 당선 안정권에 들면서 자격심사 권한을 쥔 국민공천배심원단이 “총체적 부실 심사”라고 강력 반발하며 최고위원회의에 재의를 권고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일하는 국회로 바꿀 지도자를 모시기로 했다”며 비례대표 후보자 45명을 소개했다. 비례대표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1번에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적임자가 선택됐다. 18대 총선에서는 빈민운동가인 강명순 부스러기 사랑나눔회 이사장을, 19대에는 여성과학자인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1번에 배치한 바 있다.
송 협회장은 두 자녀를 둔 28년차 워킹맘이자 사물인터넷(IoT) 전문가를 앞세워 워킹맘 표심을 겨냥하는 동시에 ‘창조 경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송 협회장처럼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전문가가 비례대표 후보에 다수 포진했다. 국정교과서 전도사였던 전희경(9번)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경제전문가인 김종석(10번) 여의도연구원장, 현정부 초기 조직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유민봉(12번)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 인사들도 전진 배치됐다. 임이자(3번)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장, 문진국(4번) 전국택시노조위원장 등이 상위에 올랐다.
장성이 아닌 영관급 장교인 이 전 대령이 2번에 배치된 것도 이례적이다. 22번에 배치된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와 육사 동기(37기)다. 이한구 위원장은 이 전 대령에 대해 “참군인이자 ‘살신성인’의 표상”이라고 소개했다. 초졸인 김규환(6번) 국가품질명장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명장에 오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신보라(33)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김성태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장 등도 10번 내에 배정했고, 김승희 전 식품의약안전처장, 조훈현 국수(國手)도 당선 안정권에 배치됐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추인을 거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체장사’ ‘거지근성’등 유가족을 비하하는 말이 담긴 글을 온라인에 공유해 약사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김순례(15번) 대한약사회 부회장 등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최연혜(5번) 전 코레일 사장 등 공공기관장 출신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주는 데 대해서도 “과도한 특혜”라는 문제제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배심위원은 “공관위가 제대로 된 검증 자료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 쫓기듯 하면서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는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19대 총선에서 25번까지 당선자를 배출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선 비례의석이 54석에서 47석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 20번까지를 당선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8차 경선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경기 남양주병에서는 주광덕 전 의원이, 군포을은 금병찬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이 각각 승리했다. 여성 우선추천 지역 2곳도 공천을 확정했다. ‘컷오프’(공천배제) 이후 탈당한 진영 의원 지역구(서울 용산)에는 황춘자 전 서울메트로 경영혁신본부장이, 공천배제된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에는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가, 막말 파문으로 공천배제된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인천 남을)에 김정심 인천시당 여성위원장이 각기 공천됐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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