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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열흘 만에 당국에 지카 의심 신고… “전파 가능성은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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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열흘 만에 당국에 지카 의심 신고… “전파 가능성은 희박”

입력
2016.03.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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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 발생

브라질 출장 다녀온 40대 남성

발열 증상으로 병원 찾았다가 근육통 생겨 사흘 뒤 재방문ㆍ신고

“시기 놓쳤다기 보다 신중한 판단”

배우자도 역학조사 시행하기로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22일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환자의 감염 경로 및 증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22일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환자의 감염 경로 및 증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질본) 본부장은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출장 차 브라질에 갔다가 모기에 물린 남성 L(43)씨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의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세아라주에서 3월2일 이후 모기 물린 듯

질본에 따르면 첫 환자인 L씨는 2월 17일부터 3월 9일까지 22일 동안 브라질 북동부 지역인 세아라주로 출장 갔다가 모기에 물렸다. 세아라주는 지카바이러스 발생 지역이다. L씨는 독일을 경유해 3월 11일 국내에 귀국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증상이 없었지만, 3월 16일부터 발열 증상이 있어 이틀 뒤인 18일 거주지인 전남 광양에 있는 선린의원을 찾았다. 이 때는 발열, 감기몸살 기운만 있어 약을 먹으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9일부터 근육통과 피부 발진이 나타나자 21일 선린의원을 재방문했다. 이날 선린의원의 신고로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이 지카바이러스 유전자 검사(RT-PCR)를 실시했고, 22일 양성으로 확진 됐다. 지카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14일인 점을 감안하면 L씨는 첫 증상이 나타난 16일로부터 2주 전인 3월 2일 이후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L씨는 현재 발열 발진 등 대부분의 증상이 가라앉았으나 역학조사 및 추가 검사를 위해 전남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지카바이러스는 사람간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옮지 않기 때문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처럼 환자와 접촉자를 격리하지는 않는다. 다만 L씨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인 L(43)씨의 팔에 나타난 발진 증상. 질병관리본부 제공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인 L(43)씨의 팔에 나타난 발진 증상. 질병관리본부 제공

보건당국 “국내 전파 가능성 희박”

하지만 L씨로 인해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L씨는 브라질에서 감염된 후 귀국한 사례인데다,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흰줄 숲모기는 지금 활동기간이 아니어서 ‘사람→모기→사람’으로 이어지는 추가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흰줄 숲모기는 5월부터 10월까지 활동한다.

감염환자가 있더라도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옮지 않으나 드물게 성접촉이나 수혈을 통해서는 감염될 수 있다. 지난해 남미에서의 지카바이러스 유행 이후 중국은 13명, 일본은 2명의 해외 유입 환자가 발생했지만, 이 환자들로 인해 자국 내에서 추가로 감염된 사례는 없다. 국내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도 현재의 관심단계가 유지된다.

L씨가 발열 증세가 나타난 지 이틀 만인 18일 선린의원을 찾았지만 이 때는 의심 신고를 하지 않다가, 발진 등 증상이 악화된 21일 재방문 후에 보건당국에 신고한 것에 대해 “방역망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기석 본부장은 “L씨의 첫 방문 때도 의사가 의심은 했지만 ‘두고 보자’고 했다가 발진 증상이 나타나니까 신고를 한 것”이라며 “신고 시기를 놓쳤다기보다는 신중하게 결정한 것으로, 적절한 판단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남미에서 입국한 사람은 발열 없어도 신고

다만 앞으로도 해외 유입되는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 않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철저한 신고를 당부했다. 먼저 임신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 발생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지카바이러스는 중남미 등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세계 42개국에서 발생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과 필리핀에서 발생했다. 임신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장애로 이어지는 소두증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했다.

불가피하게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을 여행할 경우 방충망이나 모기장이 있는 숙소를 사용하고 긴 소매 밝은 색옷을 입어야 한다. 지카 발생국을 다녀 온 여행객 중 발열 증상이 있으면 공항 검역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특히 중남미 지카 유행국을 다녀온 입국자는 발열 증상이 없어도 입국 시 검역관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귀국 후 2주 이내 발열이나 발진과 함께 안구충혈 , 관절통, 근육통, 두통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질본 콜센터(109)로 신고하고 가까운 병의원에서 여행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귀국 후 한 달간은 헌혈을 금하며, 남성은 최소 2개월 간 성관계를 피하거나 콘돔을 사용하고 여성은 2개월간 임신을 미뤄야 한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총 124건의 지카바이러스 감염 의심 신고가 있었으며, L씨를 제외한 123건은 모두 음성이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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