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4ㆍ13 총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22일 밤까지도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공관위와 당 지도부가 유 의원에 대한 공천심사 결과 발표를 미룬 채 ‘폭탄 돌리기’를 한 지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당내에서조차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공관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유 의원에 대한 공천심사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밤 9시 예정됐던 심야 최고위원회의도 취소됐다. 공관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결론이 안 났다. 최고위에도 그렇게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관위가 이날 유 의원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공천배제, 무공천이나 다름없는 결정유보, 그리고 단수추천이다. 하지만 후보자 등록이 임박했는데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공관위가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한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공관위가 최고위에 공을 넘기고 최고위는 공관위의 선 결정을 주문하는 ‘핑퐁 게임’ 양상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이 친박계가 주도한 ‘박심(朴心) 공천’이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당내에서도 선거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공천은 한마디로 ‘때려잡자 유승민’ 공천이었다”며 “친박계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불가피한 선택이라 강변하겠지만, 유권자에게는 오만ㆍ독선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강석훈 의원 등 진박 예비후보나 친박계 의원이 새누리당의 안방과도 같은 서울 강남 3구(서초ㆍ강남ㆍ송파)에서 잇따라 낙천한 것은 이변이 아니라 역풍의 시작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공천학살을 당한 친유승민계가 일부라도 20대 국회에 생환한다면 여권 내 권력구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이날 8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 의원의 지역구와 공천신청자가 없는 광주 북갑ㆍ광산을을 제외한 전국 250개 선거구 후보자를 확정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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