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학연ㆍ지연으로 형성된 파벌 탓”
횡령서 뒷돈 상납까지 총체적 비리
대한수영연맹에 만연해 있던 ‘검은 관행’들이 검찰 수사로 낱낱이 드러났다. 공금 횡령부터 국가대표ㆍ임원 선발 과정에서의 뒷돈 상납까지, 우리나라 수영계는 총체적인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특정 인맥이 연맹을 장기간 장악하면서 수영계 전반에 ‘갑을(甲乙)관계’가 뿌리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2일 수영연맹 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한수영연맹 홍보이사인 이모(48)씨를 횡령 및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앞서 3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일청(55) 전 수영연맹 전무도 임원 재선임 등을 대가로 1억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재판에 회부된 총 14명 가운데 대한수영연맹 및 지역수영연맹의 임원은 무려 10명에 이른다.
이들은 선수를 위한 훈련비나 급여 등을 자신의 쌈짓돈인 양 마구 썼다. 강원수영연맹 전무이기도 한 시설이사 이모(구속기소)씨의 경우, 도교육청에서 훈련비 8억8,202만원을 지급받자 숙박업소나 식당업주한테 넘겨받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6억 8,970만원을 횡령했다. 허위 훈련계획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전지훈련비(5억798만원)를 빼돌리는가 하면, 실업팀 선수 입단 시 이중계약서를 작성토록 해 선수 몰래 계약금(1억원)을 자신이 받아 챙겼다. 그는 횡령액 13억여원의 대부분을 도박자금으로 쓰고, 공사업체에서 받은 4억2,950만원 가운데 1억1,500만원을 연맹의 실세였던 정씨에게 상납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수영장 시설공사 인증 ▦국가대표 선발 ▦연맹 임원 선임 ▦수영 경기용 기구 납품 등의 과정에서도 수천만~수억원의 뒷돈이 오고 간 사실을 적발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과 관련, 정부광 연맹 부회장 등 3명은 납품업자나 공사업자들한테서 1,500만~2,2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태환 선수의 스승인 노민상 전 연맹 이사는 정씨에게 서울시청 수영팀 감독 선임 등 청탁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넸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 관계자는 “학연과 지연, 선후배 관계 등으로 맺어진 폐쇄적 조직에서 파벌이 형성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특정 인맥이 수영연맹을 장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씨와 총무이사 박모(불구속 기소)씨는 15년을 임원으로 지냈고, 시설이사 이씨와 홍보이사 이씨 역시 각각 14년간 연맹 간부로 활동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간의 전횡에도 내부 통제ㆍ감사 기능이 제역할을 못하는 등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 수영 선수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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