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22일 오전 잇달아 발생한 폭탄 테러공격은 지난해 11월 15일 130명을 희생시킨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군사시설, 정부기관 등이 아닌 민간인이 많이 모이는 이른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노렸다는 게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파리 테러 당시에는 축구장(스타드 드 프랑스)과 파리 11구 라퐁텐 오 루아가 식당들, 샤론 가의 라 벨 에퀴프 인근, 그리고 바타클랑 콘서트장의 일반 시민들이 표적이 됐다.
이번 브뤼셀 테러에서도 자벤템 국제공항 2층 출국장 창구 인근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일반인을 겨냥한 폭탄이 터졌다. 곧이어 1시간 20여분 뒤 출근길을 서두르는 직장인과 학생들을 노린 폭탄들이 말베이크 지하철역 구내를 뒤흔들었다. 테러를 저지른 극단주의자들이 서구사회를 극단적인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파리 테러 당시와 마찬가지로 민간인들을 볼모로 잡은 것이다.
파리 테러 때처럼 범인들이 자살폭탄을 사용했다는 점 또한 두 사건의 공통된 특징이다. 18일 체포된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의 형 이브라힘 압데슬람 등 이슬람국가(IS)의 지령을 받은 지하디스트들이 바타클랑의 민간인들 앞에서 보란 듯이 폭탄을 터트리며 목숨을 끊은 것과 마찬가지로 브뤼셀 테러 현장에서도 범인들은 자폭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항과 지하철역 등에서 불발한 자폭 벨트 여러 개가 발견된 점도 프랑스 테러 때와 유사하다. 외신들은 “자폭 벨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범인을 소멸시키기 때문에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극단주의자들이 더욱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폭탄 공격 직전 아랍어로 소리를 쳐 공격 주체를 분명히 밝히려 했다는 점도 파리 테러 당시와 유사하다. 22일 벨기에 벨가 통신과 외신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들이 범행 직전 주로 말하는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의미의 아랍어)’를 큰소리로 거듭 외쳤다고 전했다. 파리 테러 때 범인들 가운데 일부가 자폭 벨트의 기폭장치를 만지면서 이와 비슷한 아랍어 구호를 외쳤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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