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FC가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또 다른 이름은 ‘그라운동장’이다. 그라운드와 운동장을 합성한 그라운동장은 1950~60년대 인천 체육을 상징하는 단어다. 1882년(고종 19년) 구한말 근대 축구가 첫 도입된 인천을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인천 구단은 숭의공설운동장의 옛 애칭이던 그라운동장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축구팬 심장 뛰게 하는 그라운동장
2012년 탈바꿈한 그라운동장은 프로 구단들이 추구해야 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K리그 클래식 포항과의 홈 개막전이 열린 지난 20일 찾은 인천전용경기장은 우선 교통 편의성이 굉장히 좋았다. 지하철 1호선 도원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멋진 전경의 현대식 축구전용구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북측 광장에 늘어선 푸드 트럭들은 다채로운 음식으로 팬들의 발걸음을 묶어놓았다. 또 말을 탄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가 광장 주변을 돌며 평소 접하기 힘든 볼거리를 제공해 걸음을 멈추게 했다. 구장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맥주를 마시며 관람할 수 있는 특별석이 눈에 띄었고 VIP석의 경우 좌석간 간격이 족히 1m는 돼 여유로움을 더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전용구장이라 경기 몰입도도 좋았다. 팬들이 뿜어내는 작은 함성에도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구조 덕에 선수들 역시 축구 할 맛이 더 나는 듯 느껴졌다.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K리그 구단들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로 구장의 팬 친화적인 서비스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축구장에 와서 2시간 동안 축구만 보고 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족ㆍ연인이 부담 없이 찾아와 축구도 보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발로 뛰는 대표와 1,000만원짜리 시즌권
인천 구단은 마인드부터가 다르다. 박영복 인천 구단 대표이사는 “이 경기장은 인천시의 소유다. 따라서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11일 취임하자마자 10만원짜리 시즌 티켓북과 카드결제단말기를 들고 직접 판촉에 나설 만큼 열정적이다. 인천 여론 주도층 인사가 많이 모이는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시즌권을 판다. “현금이 없다”고 빼면 “카드 결제도 된다”며 가방에서 결제 단말기를 꺼낸다. 그 결과 22일 현재 인천의 2016년 시즌권 판매 실적은 1,100여장으로 작년 전체 분량인 1,300장에 육박하고 있다.
2016시즌 구단이 야심 차게 준비한 ‘스카이라운지’와 ‘오션라운지’는 또 하나의 히트상품이다. 스카이라운지는 200㎡ 규모에 식사 및 음료 케이터링(배달) 서비스가 가능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50명 이상의 인원이 동시에 식사를 즐기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나란히 위치한 오션라운지는 140㎡ 규모에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장소로 꾸려졌다.
시설과 서비스가 좋으면 팬들의 지갑은 자연히 열리게 돼 있다. 인천이 K리그 최초의 1,000만원짜리 시즌권을 내놓은 배경이다. 후원사와 제휴를 통해 호텔 숙박권과 이용권, 식사권, 연간 20차례 홈 경기 리무진 픽업 서비스 등의 특별한 혜택이 더해진다. 도입 첫 해인 올 시즌 시범적으로 판매를 시작했음에도 개막전 기준으로 목표치 11개 가운데 7개나 판매했다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다.
흥행을 위한 완벽한 인프라는 갖춰졌다. 의욕도 대단하다. 내친 김에 인천은 2018시즌까지 누적 관객 300만명(2015년 말 기준 214만8,000명)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인천=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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