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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베테랑이 없어요'...내실 다지는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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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베테랑이 없어요'...내실 다지는 계기돼야

입력
2016.03.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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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PGA 올스타팀은 대체로 20대 초중반 선수들로 구성됐다./사진=ING 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페이스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고참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는 25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더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 출전 명단에 든 한국 선수 68명 가운데 30대는 김보경(요진건설)과 홍란(삼천리)이 유이하다. 둘은 올해 갓 서른이 됐다.

30대 선수들의 씨가 마른 가운데 '고참 스타'들은 더욱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지난 시즌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든 고참 선수는 김보경과 김해림(27ㆍ롯데) 정도다. 10년 차 이상으로 한정하면 김보경만이 10위 이내에 들었다. 김보경은 올해도 상금랭킹 10위 이내 든 유일한 고참이다. 상금랭킹을 비롯해 KLPGA투어 각 부문 상위 랭커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 선수들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서는 30대 선수들이 없었다. 올스타전 성격의 대회에 30대 선수가 없는 것은 투어의 선수층 또한 빈약해졌다는 방증이다. 투어에서 '롱런'하고 있는 30대 선수들로는 김보경, 홍진주(33) 등이 있을 뿐이다.

KLPGA가 빠르게 연소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나친 스타 선수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골프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KLPGA의 인기도 이미 끝을 봤다. 내려올 일만 남았다"고 귀띔했다. 대회장 등 골프 현장에서도 "(선수들이) 뜨면 떠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을 거둔 김효주(21ㆍ롯데)와 장하나(24ㆍBC카드), 김세영(23ㆍ미래에셋) 등도 국내 무대에서는 3~4년 밖에 뛰지 않았다.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도 KLPGA 3년차에 정점을 찍고 올해 LPGA에 진출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타 골퍼들의 지나친 해외 진출은 국내 투어의 질적 저하를 가속화시킬 수 있어 문제다. KLPGA가 이른바 '거쳐 가는 투어'로 전락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여자골프의 미래도 우려된다. 어느 종목이든 국내 리그나 투어의 발전 없이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세계최고의 투어라고 할 수 있는 미국프로골프(PGA)와 LPGA에선 고참 선수들이 건재하다. PGA에선 짐 퓨릭(46)이 여전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출전 사정권에 들고 있고, 필 미켈슨(46)도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며 투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불혹이 넘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1)도 재기를 위해 재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LPGA도 마찬가지다. 마흔 둘의 캐리 웹은 딸 뻘인 이민지(20)와 함께 호주 국가대표로 리우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국제골프연합(IGF) 올림픽 여자골프 랭킹에서 웹은 17위에 올라 있다. 크리스티 커(39)와 폴라 크리머(30)도 투어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여자 골프계의 화석으로 불리는 줄리 잉스터(56)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PGA와 LPGA에선 20년 차이 선후배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KLPGA는 지난해 3월 정기총회 이후 글로벌 넘버원 투어로서 도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외형을 키우고 글로벌한 이벤트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내실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인터뷰한 선수들 중 해외진출을 하지 않고 끝까지 KLPGA에서 뛰고 싶다는 선수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KLPGA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여자골프는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KLPGA의 입지는 그 위상에 한참 못 미친다. KLPGA는 훌륭한 선수들을 배출하는 토양이 되되, 내실을 다지는 자구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수의 스타 골퍼들도 잡지 못할 경우 KLPGA는 '텅빈 투어'로 전락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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