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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융합은 포지티브 규제 철폐에서 온다

입력
2016.03.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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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컴퓨터인 알파고와의 바둑대전이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은 기계의 역할이 제품 생산과정에서 단순 명령을 실행하는 것이란 기존 상식을 넘어선다. 기계가 사람 혹은 다른 기계와 정보 교환을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적절한 생산을 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는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이 기계 발달로 물리적 세계의 혁신을 일으킨 것과 다른 질적 도약이다. 사이버 세계가 통합하는 소위 사이버 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융합 시스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정신적 영역 중 일부까지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융합 문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문-사회-자연과학이 상호 결합을 통한 새로운 융합 기술에 의해 지금까지 우리 인류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이런 미래에 대비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올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이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뿐만 아니라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로봇, 바이오 공학 등이 주도하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러한 새로운 문명에 대비할 만한 제도나 인력을 양성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국가 주도형 경제발전을 추구해 온 나라들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매우 힘든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는데 몰입하고 이를 통해 대학에 가는 교육 제도 하에서는 알파고 충격을 가져다 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와 같은 미래 융합형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 미래 지향적 사고를 키울 수 없는 입시제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니 규제완화 등의 제도 변화를 통한 경제 발전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코앞에 다가온 융합 문명 시대에 대비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현재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모든 규제나 법률 그리고 사고방식을 네가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허용 가능한 분야나 내용만 실행 가능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불가능하게 묶어놓는 포지티브 시스템은 새로운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규정에 없어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는 것은 이러한 제도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드론산업, 우버 택시산업,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산업의 창출을 위해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면 이는 경쟁국보다 출발을 늦게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도가 고쳐진 후에는 경쟁자들은 이미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제도변화라는 시간 제약이 사라져 새로운 아이디어가 경쟁국보다 빠르게 상품이나 산업으로 실현될 수 있다. 즉, 혁신과 창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와 인력양성이 되어야 한다. 문제가 나타나면 그 이후에 해결하면 된다.

이러한 변화는 타성과 권력에 젖어 있어 아무래도 민간보다는 새로운 산업환경 변화에 늦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공무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려 할 때마다 법률을 손보고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당파의 이익을 따지느라 아무리 바람직한 정책들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방치하거나 폐기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융합문명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정책과 제도 변화라는 단기 대책에서 더 나아가 포지티브 시스템의 철폐라는 근본적인 법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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