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정상회담
금수조치, 인권 상황 등 논의
아바나 관광길 시민들 큰 환영
쿠바 독립의 전설적 지도자인
호세 마르티 기념비에 헌화도
오바마, 인권운동가 등 면담 계획
쿠바는 반정부 인사 무더기 체포
‘쿠바 잘 지냈어요?(Que bola Cuba?)’ 88년 만에 역사적인 쿠바 방문 길에 오른 미국 대통령의 일성은 짧았지만 의미는 깊었다. 특히 아프카계 쿠바인들은 같은 피부색을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더욱 뜨겁게 환대했다. 하지만 쿠바 정부가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가 양국 정상회담 의제로 오르는 등 미주 대륙의 마지막 냉전 구도를 허물기 위한 역사적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국과 쿠바 역사적인 정상회담
쿠바 국민들의 열광적 환영 속에 전날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 쿠바 수도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단독 및 주요 각료들도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졌다. 두 정상은 연쇄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수교 이후에도 양국 관계 본격 진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미국의 대 쿠바 금수조치와 정치범 문제 등 쿠바의 인권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 일행은 이날 아침 혁명궁전 도착 직전에는 쿠바의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 기념비에 헌화했다. 시인, 수필가, 저널리스트로도 유명했던 마르티는19세기 말 스페인을 상대로 전개된 쿠바 독립운동의 전설적 지도자다. 아바나 국제공항도 그의 공적을 기려 호세 마르티 공항으로 명명됐다.
앞서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처음 쿠바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오후 5시30분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도착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 등이 영접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리기 직전 트위터를 통해 쿠바식 스페인어로 ‘쿠바, 잘 지냈어요?(Que bola Cuba?)’라고 인사를 건넨 뒤 “막 도착했다. 쿠바 국민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길 고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바나 시내 멜리나 아바나 호텔로 이동해 여장은 푼 오바마 대통령은 제프리 드로렌티스 쿠바 주재 미국 대사 등 대사관 직원들을 만나 소회를 밝혔다. 그는 “88년 전 캐빈 쿨리지 대통령은 전함을 타고 사흘 만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3시간밖에 안 걸렸다”며 “이번 방문은 쿠바 국민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 일행은 이어 아바나 시내 관광에 나서 시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쿠바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굵은 빗속에서 우산을 받쳐 든 채 아바나 구시가지에 나타나자 오바마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주 대륙 최고(最古)의 산 크리스토발 대성당을 방문해,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사로 양국 수교 협상의 물꼬를 튼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과도 만났다.
오바마 방문에 앞서 반정부 인사 감금한 쿠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역사적인 방문에서 쿠바의 민감한 인권상황 문제도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그는 카스트로 의장과 정상회담에서 정치범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쿠바의 인권운동가 및 반체제 인사들과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 방문에 앞서 반정부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ㆍ감금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진심 어린 환영을 주문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 도착 직전 경찰을 동원해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회원 등 반정부 인사 수십 명을 연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 행보는 22일 아바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 연설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로 떠나기 직전에는 쿠바 최대 경기장인 라티노아메리카노 스타디움에서 미국 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가 국가대표 야구팀과의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 경기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동행한 미국의 전설적 흑인 야구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유가족도 참석한다. 오바바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는 상원의원 8명, 하원의원 31명과 함께 10명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해 미국 기업의 대 쿠바 진출 가능성도 타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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