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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로 돌아가라구요? 차라리 여기서 죽을래요”

입력
2016.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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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에게해를 건넌 난민들이 20일 그리스 북동부 레스보스섬 해안가에 도착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륙하고 있다. 레스보스=AP 연합뉴스
터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에게해를 건넌 난민들이 20일 그리스 북동부 레스보스섬 해안가에 도착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륙하고 있다. 레스보스=AP 연합뉴스

다섯 명의 아이와 함께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메리아 아제미(32)는 “다시 터키로 송환될 것”이라는 통보에 절망에 빠졌다. 작은 보트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떠나온 터키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그는 “차라리 여기서 죽을 테니, 시신을 터키에 보내라”며 울부짖었다.

유럽연합과 터키 합의에 따라 난민송환 작전이 시작된 20일, 아제미 가족처럼 유럽행을 꿈꾸며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절망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후 그리스 섬에 도착한 모든 불법 이주자들은 EU 송환 계획에 따라 터키로 송환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아제미는 남편과 사별한 뒤 7명의 아이를 홀로 키웠다. 그러다 두 달 전 유럽행을 결심하고 밀입국 비용(2,500파운드ㆍ42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받고 두 딸을 시집보냈다고 한다. 이란을 거쳐 터키에 도착하기까지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제미씨는 아들과 딸의 손과 다리에 난 멍 자국을 보여주며 “터키 정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음식도 주지 않은 채 길거리에 방치했다”며 “경찰과 군인들은 우리를 다시 아프간으로 돌려보내려고 죽일 듯 거칠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50여명의 난민들과 함께 그리스로 밀입국에 성공한 그의 수중에 남은 돈은 170파운드(28만원)뿐이었다. 그는 “터키로 돌아갈 수가 없다”면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유럽연합과 터키 합의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난민들을 터키로 송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준비 부족으로 레스보스 섬 등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EU와 그리스는 국경 경비대와 경찰 그리고 공무원(망명 절차 처리)과 판사(추방 결정) 등 인력 4,000여명을 현장에 파견하기로 했지만 현재 레스보스 섬에는 군인과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만 배치돼 있다. 향후 밀려들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지난 19일 이전에 도착한 난민 5,000여명을 섬 내 수용캠프 2곳에 분산 재배치한 것이 현장 조치의 전부다. 레스보스 섬 앞바다에서 해안경비대에 구조된 베하르 마스투라는 “아무런 정보도 없고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도 할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며 “그리스 정부가 내게 한 것은 004-119라는 번호가 적힌 손목밴드를 채워준 것 뿐”이라고 했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터키 정부의 허술한 난민 관리 시스템도 문제다. 다섯 명의 가족들과 함께 송환될 처지의 셀로 무함마드 무스타파는 “누가 터키를 ‘난민에게 안전한 도시’라고 말하느냐”며 “지금 당장은 터키로 쫓겨나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유럽으로 돌아올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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