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부실 비율 꾸준히 상승
작년 말 2.56%까지 치솟아
부도 대비한 대손충당금은 낮아져
금감원장 “신속 정리해야” 경고
GDP 대비 가계부채 상승 폭도
中 이어 신흥국 두번째로 높아
지난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신흥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 모두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권 총여신에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 즉 부실채권비율이 1.80%로 1년 전 1.55%보다 0.25%포인트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90%에서 2012년 1.33%까지 낮아졌으나 다시 상승 곡선을 긋는 모습이다.
특히 부실채권비율 상승은 기업대출에서 두드러진다. 2012년 말 1.66%였던 기업대출 부실채권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며 작년 말 1%포인트 가량 치솟은 2.56%에 달했다. 작년말 가계대출 가운데 부실채권 비율은 0.35%로 최근 6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부실채권의 상당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 부도 등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부실채권에 대해 미리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2012년에는 159.0%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112.0%까지 떨어졌다. 기업 상황이 나빠지면서 부실 여신은 증가한 반면,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 작업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급기야 금융당국 수장이 은행들을 향해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업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은행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신속한 기업구조조정과 함께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진 원장의 발언을 4월부터 대기업을 시작으로 신용평가를 시작하는 만큼 기업들의 퇴출에 미리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두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을 일시에 퇴출할 경우 은행들이 모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금융권 전반으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부실에 대한 경고음은 가계부채에서도 연일 울려대고 있다. 아직 부실채권으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았다지만, 이 속도대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제거하기 힘든 뇌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주 발표한 ‘신흥시장 부채 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3.45%포인트로 19개 신흥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웃나라 중국 역시 과도한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경고가 커지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 연차총회에서 “GDP 대비 기업대출과 부채 비율이 너무 높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60%, 총부채 비율은 230%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FT는 설명했다. 앞서 국세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초 중국의 부채 급증 등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IIF 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이 높은 유일한 나라가 중국(3.59%포인트)이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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