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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용연금장관 사임으로 보수당 내전 발발… 캐머런 총리 리더십시험대

입력
2016.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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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 던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이 BBC와의 인터뷰를 위해 런던 방송국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이 안 던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장관이 BBC와의 인터뷰를 위해 런던 방송국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이안 던컨 스미스 영국 고용연금장관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복지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사임했다. 스미스 전 장관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랙시트)를 지지하며 캐머런 총리와 갈등을 빚던 터였다. 파이낸셜타임즈 등 영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26년 전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몰락을 부른 제프리 하우 전 재무장관의 사임에 비견하며 ‘보수당의 내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스미스 전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가 향후 4년간 장애급여 44억 파운드(약 72조원)을 삭감하기로 한 데 항의하며 돌연 사임했다. 이어 그는 20일 영국 BBC방송과 첫 인터뷰를 갖고 “보수당의 긴축 정책은 저소득 노동자계층의 복지 혜택만 축소하는 조치”라며 “사회 양극화를 조장하는 불공평한 정책”이라고 캐머런 총리의 복지 정책을 맹비난했다. 그는 심지어 지난주 발표된 ‘2016회계연도 예산안’에 담긴 부유층 감세를 지적하며 “우리(보수당)에게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까지 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스미스의 사임을 대처 전 총리의 최측근 하우 전 재무장관의 사임에 빗대 그를 ‘3월의 남자’라고 지칭했다. 대처의 유로화 가입을 강력히 거부하며 1990년 11월 사임한 하우 전 재무장관은 당시 사임 연설에서 대처 총리의 판단력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보수당 의원들에게 대처에 대한 지지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하우의 사임은 지지율 하락과 당내 불화로 코너에 몰린 대처 총리에 결정타로 작용했고, 3주 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스미스의 사임은 브렉시트 정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스미스가 브랙시트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점에서 복지축소 반대는 표면적 이유일 뿐 실제로는 캐머런 총리가 밀어붙이는 ‘EU 잔류안’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번지고 있다. 스미스 전 장관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당시 야당이었던 보수당을 이끈 당내 유력 인사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 5명의 장관들과 함께 캐머런 총리의 EU 잔류안에 반대해 왔다. BBC방송에 따르면 보수당 하원 의원 330명 가운데 122명은 잔류를, 106명은 탈퇴를 지지하고 있으며, 102명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당내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보수당은 발칵 뒤집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장애급여 축소안은 스미스 장관과 협의 아래 만들어진 것”이라며 “실망스럽고 의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장관이 사임의사를 알리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브렉시트 때문이라고 판단한 캐머런 총리는 “정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말까지 쓰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 전 장관과 함께 일했던 고용연금부의 로스 알트만 부장관도 트위터에 “스미스가 브렉시트를 위해 캐머런 내각에 상처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앰버 루드 에너지장관은 “그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너무 갑자기 ‘폭탄’을 터트렸다”고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캐머런 총리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스테픈 크랩 웨일스담당장관을 즉각 스미스의 후임으로 내정했는데도 분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리어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캐머런 흔들기를 본격화했다. 보수당의 대표적 EU 탈퇴론자인에 버나드 젠킨 하원의원은 “캐머런 총리가 독재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앤드류 퍼시 하원의원은 “보수당의 기본 가치는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당 상층부는 이를 우려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캐머런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브렉시트 갈등이 깊어질 경우 중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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