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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병원 과잉치료, 이번엔 ‘최소침습 수술’로 번지나

입력
2016.03.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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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적 병변 치료 효과… 집도의 수술 경험 없으면 ‘낭패’

‘수술 없이 비수술로 완치’ 홍보 불구 환자 10명 중 9명은 애초 수술 불필요

무조건 시술 원하는 환자도 문제… ‘삭감ㆍ실손보험’ 비수술 급증 원인

최근 일부 척추병원들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수술을 수술 대상이 아닌 환자들에게까지 권하고 있어 과잉치료 논란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일부 척추병원들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수술을 수술 대상이 아닌 환자들에게까지 권하고 있어 과잉치료 논란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카테터 등 기구를 이용한 비수술적 요법에 집중돼 온 척추 과잉 치료 논란이 수술 쪽으로도 번지고 있다. 일부 척추병원들이 절개를 최소화 하는 ‘최소침습 수술’을 수술 대상이 아닌 환자들에게까지 마구잡이로 권하고 있는 것이다. 척추질환에서 ‘마지막 수단’인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 심리를 ‘최소침습’의 미명으로 교묘히 파고드는 것인데, 후유증 발생부터 불충분한 치료 효과까지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부 척추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최소침습 수술에 대해 “절개 부위 최소화에 따라 통증 발생이 적고, 회복 시간이 빠르고, 미용 효과가 좋으며, 감염 우려도 적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치료 불만족, 불충분한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

최소침습 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은 절개 범위를 최소화 하는 수술이다. 허리디스크 등 척추 분야 최소침습 수술로는 ▦최소침습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 ▦최소침습 미세현미경 감압술 ▦최소침습 척추유합술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비는 대략 200만~300만원 선이지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비급여 검사 항목 등이 보태지면서 실제 환자 부담은 이보다 크게 올라간다.

척추 전문의들은 최근 성행 중인 최소침습 척추 수술에 대해, ‘최소침습’이란 용어로 수술이 마치 간단한 성형수술이라도 되는 듯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고 경계한다. 백경일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은 “비록 절개 범위가 작더라도 수술은 수술”이라며 “위험성은 기존 수술과 똑같다”고 말했다.

척추 최소침습 수술은 원칙적으로 수술 대상 환자가 아주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 환자라도 병변이 넓은 경우는 대상이 아니다. 정국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골관절센터 교수는 “병변이 국소적으로 있을 때 사용돼야 한다”면서 “모든 척추질환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소침습 수술의 또 다른 문제점은 환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척추 전문의들은 최소침습 수술에 대해 “개복하지 않고 몇 개의 구멍을 뚫어 현미경을 통해 병변을 치료하므로 시야가 좁다”며, 이에 따라 “100% 신경을 감압하지 못하는 등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불충분한 수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헌규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기존 수술은 육안으로 해부학적 구조물을 관찰할 수 있어 수술 성공 여부를 90%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최소침습 수술은 좁은 시야 때문에 결과가 예상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소침습 수술이 잘못돼 기존 수술법으로 재수술 하면 처음부터 기존 수술로 한 것보다 치료 효과가 낮기 쉽상”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소침습 수술은 고난도 수술로 시술 의사의 실력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할 수도 있다.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 병원장은 “최소침습 수술 경험이 부족한 의사가 집도하면 기존 수술보다 수술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감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술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수술과 치료 효과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 교수는 “최소침습 수술을 하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기존 수술을 받은 환자와 최소침습 수술을 받은 환자 모두 1년 정도 지나면 치료효과가 동일했다”고 말했다.

애초 수술 불필요 환자에게 “수술 없이 완치” 모순

그동안 척추 최소침습 수술에 앞서 카테터(가느다란 관) 등을 이용한 비급여 시술의 남발이 과잉치료 논란을 불렀다. 정형외과ㆍ신경외과 전문의들 보고에 따르면 국내 척추질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은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술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라며 값비싼 비수술적 요법을 권하는 일부 병원들의 홍보 내용은 애초부터 거짓인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척추질환으로 입원한 환자(130만 명) 중 수술을 한 환자(15만5,000명)는 전체의 11.9%에 불과하다.

■최근 8년 간 국내 척추질환 입원 건수 대비 척추수술 건수 (단위: 천명, %)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병원들이 비수술 치료에 올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시술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물론 척추전문병원 의료진 모두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수술비 ‘삭감’이다. 디스크의 경우 확진 받은 후 6주 간 약물, 물리 치료, 주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받았는데도 증세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술적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6개월 동안 보존적 치료가 선행돼야 수술이 가능하다. 이런 기준을 무시하고 수술하면 수술비가 삭감된다. 병원이 국민건강심사평가원(심평원)에 재심사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정 소송으로 넘어간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보험공단에서 받을 돈이 1,000만 원이라고 하면 법원에서 승소 해도 50%밖에 건질 수 없다”면서 “대학병원의 실정이 이러한데 개원가는 삭감으로 인한 압박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눈치를 보지 않고 치료가 가능한 비급여 항목인 비수술 치료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병원의 한 정형외과 교수는 “삭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병원에서도 비수술 치료가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척추병원이 디스크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척추병원이 디스크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문의들은 카테터, 풍선 등 특수 기구를 사용하는 신경성형술, 풍선척추확장술 등 이른바 비수술 시술들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것들로, 아직껏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경성형술이다.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주변 척추관으로 약물을 묻힌 카테터를 삽입해 신경이 눌린 곳과 허리 통증과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방사통 등 증상을 풀어 주는 시술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이 시술에 대해 “전통적인 치료법인 신경차단술과 효과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비급여 시술이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병원장은 “수 백 가지가 넘는 시술이 있다는 것은 역으로 한 가지라도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수술하면 나쁜 의사, 시술하면 착한 의사?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는 환자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백 병원장은 “환자마다 증상이 달라 비수술 치료가 적합한 환자도 있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서 “비수술 치료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승철 바른세상병원 원장(척추센터장)은 “수술을 하자고 하면 나쁜 의사가 되고 시술을 권하면 환자를 위하는 착한 의사가 되는 현실이 문제”라면서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병원의 과장 홍보가 환자들에게 각인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의 폐해도 개선돼야 한다. 전문의들은 환자 본인이 치료비를 100% 부담함에도 비수술 치료가 성행하는 이유는 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실손보험 등을 통해 비급여 치료가 우선시 되는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에서 의사들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존 치료 방식으로 환자 치유라는 의료인 고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소침습 수술과 비수술 치료가 만연하게 된 것은 정부가 실손보험 등을 통해 비급여 치료를 조장했기 때문”이라면서 “욕은 의사가 먹고 이익은 최소침습 수술과 비수술 치료에 필요한 장비와 약제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취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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