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22ㆍ연세대)가 볼과 곤봉에서 개인 최고 점수(18.550)을 올리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선 볼과 곤봉에서 각각 18.550점을 받아 2위를 차지했다. 후프에서는 18.500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개인 종합 첫 날인 19일 후프에서 자신의 최고 점수인 18.500점을 기록했던 손연재는 이틀 만에 볼과 곤봉에서 최고점을 또 다시 끌어올렸다. 이로써 개인 종합 4위(72.300점)에 그쳤던 아쉬움을 마지막 날 메달 3개(은2ㆍ동1)로 풀었다.
시니어 7년차 손연재가 확실히 노련해졌다.
손연재는 전날 개인종합 리본 종목에서 리본이 꼬이고 놓치는 실수를 저질러 17.450점으로 부진했다. 이 영향으로 이어진 곤봉에서 18.000점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손연재는 베테랑답게 지난 실수를 털어내고 이튿날 결선에 오른 세 종목 모두 18점대를 찍으며 시상대 위에 섰다.
또 최악의 상황에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손연재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그랑프리, 핀란드 에스포 월드컵에 잇달아 출전한 탓에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설상가상 감기까지 걸렸고, 이번 대회에선 항공사의 실수로 후프가 뒤늦게 도착한 데다 상태도 찌그러져 신경이 극도로 예민했다. 고질적으로 통증을 안고 있는 양쪽 발목에는 테이핑을 한 채 연기를 했다. 여러 악조건을 마주했지만 손연재는 자신의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값진 성과를 냈다.
약점으로 꼽혔던 ‘곤봉 트라우마’를 최고점으로 떨쳐낸 것 역시 큰 수확이다. 손연재는 4년 전 런던 올림픽 개인종합 결선에서 연기 중 곤봉을 떨어트리는 실수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곤봉은 예선 때도 슈즈가 벗겨지는 돌발 상황을 경험했던 종목이기도 했다. 손연재는 당시 “곤봉을 잘했다면 경기 후 울었을 텐데 약점을 새로 발견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4년 후 두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리우 대회를 앞두고 곤봉에서 18점대 이상을 꾸준히 획득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손연재는 리스본 월드컵을 마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말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합(대회)”이라며 “그래도 다행히 잘 끝났지 말입니다”라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 말투를 흉내 내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정말 다시 한 번 곁에서 항상 묵묵히 응원하고 도와주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준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손연재는 2주 후 열리는 이탈리아 페사로 월드컵에 출격한다. 이 대회에는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야나 쿠드랍체바(19ㆍ러시아)를 비롯해 2인자 마르가리타 마문(21ㆍ러시아)과 올림픽 동메달 경쟁자 멜리티나 스타뉴타(23ㆍ벨라루스)가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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