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중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더 대우받는 정치인은 누구일까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수ㆍ사례가 기준이 된다면 정답은 국회의원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공개한 미국 전직 대통령과 연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연금ㆍ세비를 분석한 결과, 한ㆍ미간 보수 격차가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사이에서는 2, 3배 가량 차이가 난 반면 의원끼리의 격차는 1.5배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CRS에 따르면 가장 최근 퇴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연금 21만4,000달러(2억5,000만원), 의료비를 포함한 실비 수당 10만2,000달러(1억2,000만원) 등 총 109만8,000달러(13억원)를 지원 받았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액수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부시 전 대통령과 비슷한 92억4,000만달러(10억원)를 연방정부에서 지급 받았습니다. 두 대통령이 지급 받은 금액에는 연간 43만달러(5억원) 가량의 개인 사무실 운영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규모는 연금(연간 1억5,000만원 내외)과 교통비 등 실비보상 성격의 지원금, 사무실 임대료 등을 합해 5억원 가량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죠.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봉도 대략 그 정도 차이가 납니다. 지난해 기준 오바마 대통령의 연봉은 40만달러(4억8,000만원)로 한국 대통령 연봉(2016년 2억1,000만원)의 2.3배 가량입니다. 한국(2만7,500달러)과 미국(5만4,000달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를 감안하면 두 배 가량의 격차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미국 연방의원의 보수 격차는 40% 내외입니다. 미국 연방의원의 연봉(17만4,000달러ㆍ2억원)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세비(연간 1억3,000만원 내외)보다 1.5배 가량 많습니다. 한ㆍ미간 물가수준의 차이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대등한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한국과 미국 의원들의 연봉 격차는 미국 측에 이유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에 빠진 시민들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미국 상ㆍ하원 모두 2009년 이후 한 푼도 올리지 않은 채 동결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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