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대통령 하면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문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문장은 1863년 11월 19일 그가 Pennsylvania주의 Gettysburg 전투 격전지에서 한 연설의 마지막 한 줄일 뿐이다. 무려 83단어나 될 정도로 긴 마지막 문장의 종속절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어찌나 어려운지 문장만 써 놓고 해독하라고 해도 만만치 않은데, 이 연설의 맨 처음 문장도 간단치 않다. ‘Four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87년 전 우리 선조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치와 자유를 갈망하는 새로운 나라를 세웠습니다.) Eighty-seven years라고 간단하게 쓸 수도 있는데 20을 의미하는 score를 사용하여 four-score and seven years라고 쓴 것도 당시의 미사여구 스타일이다.
당시의 연설이 보통 2시간 안팎이었는데 청중들은 이 짧은 연설을 듣고 허탈했다고 한다. 링컨 스스로도 실패한 연설이라며 낙심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그 내용이 좋아 빛을 보고 추앙 받는 것이다. 한편 32대 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은 ‘the only thing to fear is fear itself’라는 구절(clause)로 유명한데 이것은 자신의 문장이 아니라 기자가 건의한 내용이고 36개 단어로 이루어진 긴 문장의 일부일 뿐이다. 두 대통령의 연설 일부만 보아도 문장이나 어휘 선정이 매우 정교하고 일정 형식을 갖춘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speech가 초등 수준 중등 수준이라는 식의 분석이 흥미 위주라는 반론을 받는 것이다.
최근 공화당의 Trump가 줄곧 선두를 달리자 거친 말과 자극적인 말투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잇따르며 그의 연설이 매우 기초적이고 초등 5학년 수준이라는 폄하까지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의 Hillary Clinton 후보의 문장도 어휘 선정에서는 Trump와 유사하되 표현만 조금 더 우아하게 바꾼 8학년, 즉 중학교 2학년 수준이며 장소에 따라 문장 패턴을 매우 다양하게 바꾸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Sanders는 10학년 수준이라고 하니 고1 수준인 셈이다. 역대 대통령의 연설 전체를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의 어휘 사용자는 Reagan이고 최하위 수준 어휘 사용자는 Trump이며 링컨은 가장 정교하고 섬세한 어휘를 사용했다고 한다. 아들 Bush 대통령의 연설이 가장 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Trump의 인기 또한 청중과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의 무절제하고 간단명료한 말투는 오히려 ‘Simple is beautiful’일지도 모른다. 정치의 가식과 위선에 지쳐버린 유권자들에게는 쉽고 간명하며 직설적인 말투가 차라리 진정성 있게 들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