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류사회에 한국이 일본의 침략을 물리친 적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충무공을 미국에 알려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순신 숭모인(崇慕人)’을 자처하는 이내원(79) 전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이사장. 올 4월 재미 한인학생 글짓기 대회에 이어 내년에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충무공 주제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키로 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 왜곡, 동해ㆍ일본해 병기 등 한ㆍ일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한국은 왜 일본에 당하고만 살아왔느냐”는 인식이 확산됐는데, 이순신 장군 제대로 알리면 이런 오해를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사재를 들여 관련 서적과 교육자료를 300여개 미주지역 한인학교에 배포하고 관련 사이트(www.yisunshinusa.com)를 개설하는 등 ‘이순신 장군 알리기’ 운동을 벌여온 이 전 이사장은 2017년을 중대 도약의 해로 삼고 있다. 미국 청소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입상자들에게 상당 액수의 상금이 걸린 에세이 공모전을 여는 한편, 한국어로만 작성된 방대한 분량의 충무공 관련 자료ㆍ사진을 주요 4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전 이사장은 “내년부터 영문 공모전을 하려면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충실한 영문자료가 축적돼야 한다”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20여명의 저명한 한인 학자들이 국문 자료의 무보수 번역을 자임하고 나섰다”고 소개했다. 해군사관학교, 순천향대 이순신 연구소, 여해 연구소, 아산 현충사 등이 국문 소장 자료나 외국인 교육 목적의 별도 자료를 만들어 전달하면 살아있는 영어로 번역해 미국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장은 “영역 작업이 완료되면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로도 번역해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이순신 장군 관련 정보 접근이 가능토록 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이 전 이사장은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뒤 개인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 그는 “사업에 성공한 뒤 개인 연구를 통해 충무공이 군사 전략가를 뛰어 넘어 완벽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의미 있는 일에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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