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증권 선물거래 사이트를 모방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코스피 200지수’ 등 증권시장 내 선물거래 지수 등락을 예측해 돈을 거는 방식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거래 수수료 명목으로 46억원을 챙긴 혐의(도박개장 등)로 총책 김모(42)씨와 인터넷 증권방송 대표 이모(3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 소재 주거지와 오피스텔 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콜센터 상담원을 고용해 회원을 모집한 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회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이씨의 인터넷 증권방송 사이트를 이용했다. 또 “소액으로 선물거래가 가능하다”, “무상으로 500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제공하겠다” 등의 방식으로 회원을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수익률이 높은 회원들에게는 ‘불법 업체라서 단속 대상이다’라는 식의 협박과 회유로 탈퇴를 권유해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는 사법고시 준비생이었던 한 수금 담당 조직원의 반발로 꼬리가 잡혔다. 총책 김씨가 평소 “돈도 제대로 수금 못한다” 등의 무시성 발언을 하는 데 모멸감을 느낀 조직원 조모(40)씨가 지난해 10월 조직 탈퇴를 결심하면서 회원들에게 ‘경찰청 사이버IT금융범죄수사팀입니다. 단속됐으니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세요’ 등의 문자와 이메일 1,095건을 보낸 것이다. 해당 문자를 받은 회원들이 실제 경찰청에 확인 전화를 했고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에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특히 검거 과정에서 총책 김씨는 주거지 안 금고에 3억원 가량의 현금을 숨겨 놓았다가 경찰이 현장을 급습하자 단속 경찰관에게 “(현찰을) 다 가져가는 대신 딜을 하자”고 부당거래를 제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600여명의 명단도 확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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