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출력 절반 이상 공기저항에 소모
후방 비추는 카메라로 후사경 대체
걸림 최소화한 미끈한 車 개발 역점
저항 10% 감소 땐 연비 2.5% 상승
친환경시대 맞아 중요성 더 부각
자동차 주행 시 공기 저항은 생각보다 크다. 시속 70~80㎞를 기점으로 급격히 높아져 100㎞를 넘으면 엔진 출력의 절반 이상을 공기 저항으로 잃을 정도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는 지금도 바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연료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친환경차에서 이런 노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엔진 식히는 바람도 필요한 만큼만
자동차에서 가장 먼저 바람을 맞는 부분은 라디에이터를 감싼 그릴이다. 엔진 주변을 돌아 나온 냉각수를 식혀주는 라디에이터에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담당, 제작사별로 모양을 달리할 수는 있어도 공기구멍은 막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엔진이 뜨겁지 않아 굳이 냉각이 필요 없을 경우 그릴을 막아 공기 저항을 줄인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BMW 뉴 7시리즈가 먼저 이 장치를 달았다. 국산차 중에는 작년 12월 출시된 기아자동차 ‘K5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이 장치가 장착됐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아 고온이 발생하지 않는 전기차는 아예 그릴을 막거나 최소한의 구멍만 뚫는다. 기아차 ‘레이 EV(전기차)’, 르노삼성 ‘SM3 Z.E.’가 대표적이다.
앞 범퍼 아래쪽으로 들어오는 바람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그냥 놔뒀다가는 금속 구조물과 파이프로 얼기설기 엮인 차량 하부를 맴돌게 된다. 이렇게 공기가 소용돌이치면 저항이 발생해 연비를 깎아먹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출시된 차들은 차체 하부에 덮개를 씌운다.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 저항을 줄이고 바닥에서 튄 이물질이 하부 구조물을 상하게 하는 것을 막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사이드 미러에서 저항이? 없애버려
자동차의 앞 유리를 감싸고 있는 A필러는 그릴에 이어 바람의 저항을 받는 두 번째 관문이다. 트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동차들이 앞 유리를 눕혀 저항을 줄이고 있지만 각도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사이드 미러(후사경)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후사경만 없애도 공기 저항이 7%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 저항이 10% 낮아지면 연비는 2.5% 정도 높아지니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후사경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게다가 후사경은 고속주행 때 발생하는 풍절음의 주범이기도 하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이 후사경을 없앤 콘셉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폭스바겐 LX1, 르노 이오랩, 푸조 208 하이브리드 에어 등은 후사경이 없어 보기엔 아직 어색하지만 효율성을 높인 미래의 차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차들은 대신 양 측면을 비추는 카메라와 이 영상을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모니터를 실내에 달아 후사경의 공백을 대신했다. 현재 양산차에 이 장치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자동차 국제기준 협의기구인 유엔 자동차기준 세계포럼이 지난해 11월 사용을 인정한 만큼 각국의 법규가 정비되는 대로 길에서도 후사경 없는 차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A필러 쪽 공기 저항을 줄이려는 시도는 와이퍼에도 적용된다. 예전에는 와이퍼가 평상시에도 앞 유리 하단에 있었지만 요즘 차들은 와이퍼를 사용하지 않는 평상시엔 보닛과 앞 유리 사이에 숨기는 게 보통이다.
스포츠카에만 스포일러? 이젠 SUV 필수품
자동차 트렁크 덮개 위에 ‘스포일러’라는 날개를 다는 것은 경주용 차의 전유물이었다. 승용차를 경주용으로 개조한 차들도 거의 이 날개를 다는데, 단순히 멋을 부리는 게 아니다.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날개는 고속 주행에서 발생하는 공기 압력이 차 뒷부분을 눌러줘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다.
이 원리를 응용한 것이 요즘 거의 모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지붕 끝 면에 설치하는 ‘리어 스포일러’다. SUV에 달린 것은 경주용 차와 달리 뒷부분이 아래쪽으로 길게 구멍이 뚫려 있다. SUV 같은 상자형 차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 차 뒷부분에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차를 뒤로 끌어들이는 힘이 생기는데 이 구멍으로 공기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소용돌이를 없애준다.
국내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공기 저항만 생각하면 앞은 뾰족하고 뒷부분보다 중간 부분이 두툼한 총알 모양이 최적이지만 이런 형태의 차만 만들 순 없다”며 “보기에도 좋으면서 연비와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모든 자동차 업체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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