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냉이 국을 먹어보고 당장 냉이를 샀어요. 만지작거리다 고른 것은 한 움큼도 아니고 비닐에 들어있는 세척냉이예요. 몇 번을 씻어도 검불이 나와요. ‘사람을 따라다니는 풀’이어서 그런가, 엉뚱하게 갖다 붙이면서 물에 좀 담가놓았어요.
플러스마트 아저씨는 냉이더미를 놓고 2960원, 절묘한 나물 값을 매길 수 있죠. 냉이를 들고 있는 나에게 굳이 휴대폰 속 냉이를 보여주죠. 이 또한 플러스마트 아저씨답지만, 이런 친절은 오늘의 시가 아니라 내일의 시예요.
집 살림이든 나라 살림이든 지금 여기, 이 삶의 살아있는 현재성과 구체성에서 비롯된 것, 즉 ‘오늘의 시’여야 향긋한 제 맛이 날 텐데 말이죠. 봄 내음을 쬐그만 안에 가득 저장하는 냉이처럼요. 한낱 힘없는 풀이어서 땅을 간절하게 붙잡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생명을 품고 기르는 땅은 그걸 알아봐주었던 거예요.
플러스, 즉 1+1 식의 정확한 계산법과 정확한 덤에 익숙해졌지만, 계량이라면 아무리 정확한 아저씨라도 코는 손으로 풀잖아요. 봄이 좋은 것은, 많이 가져와서가 아니라 안에 담긴 것, 그 자체가 봄이기 때문이죠.
안 올 듯하던 봄이 다시 오네요. 위트와 무심타법을 품은 김민정 시인이 플러스마트에 오늘의 시가 담긴 새 이름 하나 지어드려야겠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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