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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금지곡?… 잠들지 못하는 제주 ‘4ㆍ3’ 68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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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금지곡?… 잠들지 못하는 제주 ‘4ㆍ3’ 68돌

입력
2016.03.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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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곡 ‘잠들지 않은 남도’ 합창 배제

국가추념일 지정 이후 논란 반복

유족들 “정부 눈치보기” 반발

‘이번에도 금지곡이 되는 것인가.’

4ㆍ3희생자 추념식 68주년을 앞두고 요즘 제주가 쉬 잠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추념식 식전행사에서도 4ㆍ3사건을 상징하는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이 식순에서 빠진 탓이었다. 2014년부터 4ㆍ3위령제가 국가추념일로 격상돼 추념식이 정부 주최로 치러지면서 매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제주도는 “정부(행정자치부)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밝혔지만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보수단체 눈치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도는 24일 제주4ㆍ3실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올해 4ㆍ3희생자 추념식 식전행사에 사용할 추모곡으로 ‘빛이 되소서’와 ‘애기동백꽃의 노래’ 등 4곡 중 3곡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도가 그 동안 4ㆍ3위령제 등 각종 4ㆍ3사건 관련 행사 때면 사실상 추모곡으로 불려지던 ‘잠들지 않는 남도’를 추모곡 선정 대상으로 추천하지도 않은 것이다.

민중가요 ‘잠들지 않는 남도’는 가수 안치환씨가 1988년 만든 노래로 4ㆍ3사건의 고통과 분노를 담고 있다. 제주의 민중가수 최상돈씨가 작곡한 ‘애기 동백꽃의 노래’와 함께 비공식적인 ‘4ㆍ3추모곡’으로 알려져 있다.

실무위 관계자는 “지난해 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추모노래로 결정했지만 행정자치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거부했고, 올해는 아예 심의 안건에 ‘잠들지 않는 남도’는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4ㆍ3과 관련 없는 가곡 등 대신‘애기동백꽃의 노래’를 포함해 4ㆍ3을 주제로 한 노래를 추모노래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제68주년 제주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도 4ㆍ3 대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를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짙은 안개 날씨 속에서 진행된 4ㆍ3 추념식. 제주도 제공.
올해 제68주년 제주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도 4ㆍ3 대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를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짙은 안개 날씨 속에서 진행된 4ㆍ3 추념식. 제주도 제공.

4ㆍ3 추모곡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4ㆍ3 추념식에서는 난데없이 소치올림픽 폐막식과 G-20 정상회의 등에서 사용된 ‘아름다운 나라’가 합창곡으로 선정돼 비난을 샀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나라’에 태어난 것을 기뻐하는 밝은 분위기의 노랫말을 담고 있어,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만 명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4ㆍ3사건과는 맞지 않아 적절성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제주4ㆍ3평화재단은 전국 공모를 통해 4ㆍ3 노래 ‘빛이 되소서’를 제작, 지난해 4ㆍ3추념식 때부터 사용했다. 도는 당시 식전행사에서 ‘빛이 되소서’ 외에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합창 공연하기로 했다가 행자부의 요청을 받고 돌연 가곡 ‘비목’과 ‘그리운 마음’으로 바꿔 유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올해도 4ㆍ3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국가행사라고 하지만 제주도가 정부와 보수단체들의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며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노래 하나 마음대로 부르지 못한다면 국가추념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도 “지난해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따라 불렀는데 ‘잠들지 않는 남도’는 부르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간 도민들이 불러왔던 ‘잠들지 않는 남도’를 4ㆍ3추념식 본행사도 아닌 식전행사에서조차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평화와 상생이라는 4ㆍ3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4ㆍ3실무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잠들지 않는 남도’를 식전행사 합창곡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행자부와는 상관없이 이뤄진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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