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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글로벌 시대, 공존의 윤리

입력
2016.03.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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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역광장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할랄식품산업단지를 반대하고, 한국을 테러의 근거지로 만들 수 있는 다문화정책은 물론 대통령의 중동정책까지 모두 중단하라는 국민대회가 열렸다. 사실 지방에서는 보수단체와 기독교단체들이 주축이 된 유사한 시위들이 올해 들어서만 이미 여러 차례 개최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논란의 결과로 할랄식품산업단지조성 계획이 무산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문제가 되는 할랄식품이란 이슬람법인 샤리아에서 허용하는 음식을 뜻하지만, 실제로 이슬람에서 ‘할랄’(halal)의 개념은 음식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종교의 전 영역에서 허용된 행동과 사물을 의미한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딱히 이슬람 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한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수기독교단체들의 이러한 반발을 무릅쓰고 할랄식품단지를 조성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 이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1,200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무슬림 인구를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가 틀림없을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할랄인증제도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단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더구나 점점 늘어나는 무슬림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할랄단지는 필요하다는 게 지금 단지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거기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익만을 보고 특정 종교를 지원하다가는 한국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할랄식품단지를 두고 떠돌던 괴담 수준의 우려들은 대부분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정책 자체를 철회하라는 주장은 끊이지 않는 중이다. 난민은 물론 무슬림 관광객들도 입국을 허락하지 말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할랄식품단지 반대 입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 보기엔 공론장에서 응당 지켜야 할 기본 수준을 너무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채 때로는 의도적 왜곡을 담아 특정 종교와 인구집단을 비난하는 이들의 혐오 발언은 이미 한국사회가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성이라는 공존의 기본 틀을 흔드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일전에 테러리스트방지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우려되었던 바대로 특별한 근거 없이 잠재적 테러리스트일 수 있다는 표현을 특정 인구집단 전체를 비난하고 낙인을 찍는데 동원하는가 하면, 할랄식품단지 지원과 이슬람차별 금지는 동성애 차별금지와 동성결혼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 문제라고 했다가, 이슬람은 일부다처제와 성적 문란, 여성차별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면서 비난을 위한 비난을 일삼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서 또 하나 지적해야 할 문제점은 이들이 이슬람과 무슬림을 우리라는 공동체 바깥의 존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이슬람의 영향을 부정하고서는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자랑해마지 않는 신라와 고려의 문화적 성취나 세종대왕의 과학적 업적 등 한국문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재로 오면 무슬림은 이미 한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적게는 14만명, 많게는 20만명까지로 추산되는 한국 내 무슬림 중에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무슬림들도 있지만, 또 한국인으로서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선택한 사람들 역시 수만명에 이른다.

또한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일상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의 존재는 이미 이웃으로, 가족으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삶의 일부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지 경제적 이해관계 때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을 부정하고 무슬림을 악마화하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글로벌 시대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차이를 안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지, 다름에 대한 공포와 비난이 아닌 것이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ㆍ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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