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까지 수출부진 등 경기 걱정하다 3월부터 ‘반전’
최근엔 “근거 없는 위기ㆍ불안이 가장 문제” 발언
“나아진 지표가 없는데… 총선용 아니냐” 지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경제상황 관련 발언이 갈수록 희망적으로 변하고 있다.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은 없는데, 위기 의식을 강조하던 불과 얼마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정치인 출신의 경제팀 수장이 다음달 선거를 의식해 경기 낙관론에 불을 지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까지 경기 진단에서 매우 조심스러웠던 유 부총리의 발언에서 본격적으로 긍정적 메시지가 포착되는 것은 이달 들어서부터다. 3일 납세자의 날 치사에서 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성장전략”이라 자찬하며 “우리 경제가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쟁국과 비교하여 선전했다”고 말했다.
7일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이후로는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와 경제위기설을 부정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냈다. 유 부총리는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제는 심리인 만큼 국민들께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지표를 들여다보면 어려운 가운데 긍정적 신호가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15일 기업 현장 방문 자리에서는 “2월에는 수출이 중량기준으로 전년동기비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고, 급기야 16일에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근거 없는 위기감, 불안감 조장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달 유 부총리의 상황 인식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25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유 부총리는 “수출부진이 심화되고 민간의 활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힘겹게 살린 경제회복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고 걱정했다. 지난달 22일 세관장회의에서는 “수출부진이 우리 경제의 가장 위협요소”라고 말했는데, 이달 17일 발언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 ‘수출’에서 ‘심리’로 뒤바뀐 셈이다. 이는 이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상황 진단 변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1월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와 안보가 위기”라고 경고했던 박 대통령은 이달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경제 불안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과 이달 사이, 경제팀 수장의 인식이 달라져야 할 정도로 획기적인 ‘굿 뉴스’는 없었다. 이 기간 발표된 주요 지표를 보면 ▦2월 수출액 전년비 12.2% 감소 ▦생산ㆍ투자ㆍ소비 동반 감소(1월 산업활동동향) ▦2월 청년실업률 12.5%로 사상 최대치 등이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낸 ‘3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하며, 유 부총리와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았다.
경제 부총리가 한국 경제에 낙관적 신호를 주고자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필요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입장이 의도적 낙관이 아니라면, 지난달 발언이 국회의 법안 처리를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위기감을 부각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 문제가 총선 이슈가 되면 여당이 불리할 것이란 판단에서 그러는 것”이라며 “최근 이처럼 경제적 판단이 정치이슈에 휘둘리는 경우가 너무 잦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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