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했더니 삶이 변했다”
성욕 직결된 에스트로겐 보충
지난해 10월 美 시판 후 선풍
호평 넘치는 경험담 잇따르기도
“플라시보 효과일 뿐이다”
네덜란드 연구팀 임상실험 결과
효과 작고 어지럼증ㆍ구토 급증
한국선 비슷한 약 2019년 판매
“기념일이나 특별한 이벤트 또는 어느 날 남편이 ‘섹스하고 싶어’라고 말할 때, 언제든 복용하세요. 사랑에 한 알이면 충분합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국내에 알려진 할리우드 영화배우 벤 스틸러가 TV 광고에 나와 상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미식축구 복 차림의 스틸러는 침대에 누워 타원형으로 납작하게 생긴 미식축구 공을 애무하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른바 여성용 비아그라로 알려진 ‘애디’(Addyi, 플리반세린)를 선전하는 이 광고는 지난달 9일 미국 NBC방송 간판 토크쇼인 ‘투나잇쇼’에서 방영됐다. 해당 광고는 사실 북미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인 슈퍼볼 중계방송 중간에 방송될 계획이었으나 거절당했다. 여성용 비아그라를 터부시하는 남성주의적 선입견이 작용한 탓이다. 스틸러는 항의하는 차원에서 미식축구 복장 차림으로 다른 프로그램에 나와 광고를 공개했다. 스틸러는 “남성용 비아그라 광고는 많지만 여성용 비아그라 광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30대 이상 여성 중 성욕 저하를 겪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러한 광고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디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폭발적 반응
애디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판된 후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폐경 직전인 50~60대 여성을 타깃으로 개발된 제품인데 성욕과 직결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용 호르몬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는 약제다. 요즘은 젊은 여성들도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신체 균형이 무너지면서 애디 구입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20~30대 남성이 비아그라를 구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사는 조디 콜(33)은 애디를 복용한 뒤로 “삶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콜은 “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하는 남편과의 섹스가 두렵고 싫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애디를 복용한 이후 남편과의 섹스를 즐길 수 있었고 그건 정말로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콜은 애디의 효능에 대해 “그건 섹스에 대한 횟수가 아닌 질적인 면에서 경이로운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며 “애디는 걱정 많던 부부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켜놓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카고의 메모리얼 병원에서 성 클리닉을 운영하는 로렌 스트레이처 박사는 “애디가 모든 여성들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건 아니다”면서도 “애디를 복용한 여성 4명 중 3명은 자신들이 체험한 놀라운 경험담을 메일로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효과 없다’는 반론도
애디가 시판된 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사용 후기도 점차 쌓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애디의 효용에 관해 의심스런 눈초리를 던지는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여성용 비아그라가 시판된 건 애디가 처음이고 기존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실제 효능을 부풀리는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작용하는 플라시보 효과가 잦아들면 애디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네덜란드 노테르담 소재 에라스뮈스대학 메디컬센터의 뢰스 야스퍼스 박사 연구팀이 최근 의학저널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5,914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애디 복용에 대한 임상사례를 조사한 결과 성관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디 100㎎을 매일 복용한 그룹의 월별 만족스런 성관계 횟수가, 가짜 약을 복용시켜 플라시보 효과를 갖게 한 그룹보다 0.49회 밖에 높게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애디 복용 후 어지럼증 발생은 4배, 졸림 및 구토 부작용 또한 2~3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애디를 복용한 그룹의 월별 만족스런 성관계 횟수는 미미한 수준에서 늘어난 반면 부작용은 유의할 만한 비율로 증가했다”며 “애디가 효능은 없으면서 부작용만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디가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반박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연구팀이 임상실험에서 사용한 애디의 복용량(100㎎)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애디의 안정성을 승인할 때 검토한 최고 복용량의 절반 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3건의 미발표 임상실험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공개해 연구 과정의 타당성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 여성용 비아그라 판매는
한국에는 2019년부터 여성용 비아그라가 판매될 예정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에스원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여성 저성욕증 치료제를 2019년부터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여성용 비아그라의 국내 출시는 처음이다. 다만 종근당이 수입하는 약제는 애디가 아니다. 애디는 FDA에 의해 2010년과 2013년 두 번이나 승인을 거절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어 미국에서 출시된 약제다. 국내에서도 애디의 안정성 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종근당은 “국내에 출시될 여성용 비아그라는 항우울제와 수면제로 쓰이는 트라조돈 등이 주성분”이라며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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