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음기ㆍLPㆍCD... 황혼기에 접어든 150년 음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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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ㆍLPㆍCD... 황혼기에 접어든 150년 음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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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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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 나팔 앞에 쪼그려 앉은 채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강아지 니퍼. 영국의 화가 프랜시스 바로는 니퍼가 죽자 주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개의 모습을 떠올리며 후에 'His Master' Voice'의 로고가 된 이 그림을 그렸다. 'His Master' Voice'는 이 책의 원제기도 하다.

음반의 역사 (실린더 레코드부터 디지털 음원까지)

헤르베르트 하프너 지음ㆍ홍은정 옮김

경당 발행ㆍ272쪽ㆍ18,000원

자, 퀴즈다. 러시아의 한 장교는 ‘이 물건’을 처음 보고 “자동으로 말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한 학자는 ‘이 물건’이 “복화술 속임수를 쓴다”고 믿었다. 모르겠다면 힌트 하나 더. 뉴욕의 한 주교는 ‘이 물건’ 앞에서 이사야, 예레미야, 다니엘… 등 예언자의 이름을 줄줄 읊어대고 이것이 빠르게 반복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이 물건 뒤에 복화술사가 없음을 인정했다. 어떤 복화술사도 자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할 것이라며 말이다. 그렇다, 이 물건은 축음기다.

1878년 2월 19일 토머스 에디슨은 당시 ‘포노그래프’라 불렸던 축음기의 특허권을 처음 따냈다. 소리를 잡아둔다는 인류의 상상을 실현시킨 순간이었다. “소리를 담아뒀다 꺼낸다”는 건 당시에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형제가 없는 소리를 말이다.

독일의 문화 평론가 헤르베르트 하프너는 ‘음반의 역사’에서 녹음의 변천사를 파노라마처럼 소개한다. 위에서 소개한 에디슨의 실린더 레코드부터 독일 에밀 베를리너의 원판 레코드 발명, 장시간 재생이 가능한 LP의 탄생, 스테레오(입체 음향) 등으로의 사운드 진화, 콤팩트 디스크(CD) 그리고 우리가 흔히 다운로드 하는 디지털 기술까지.

‘담아뒀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는 게 가능’해진 소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된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듣기를 원하는 자’ 들을 수 있다. 에디슨은 축음기가 그저 말소리를 보존하는 데나 유용한 도구로 쓰일 줄 알았다. 그러나 발명품은 ‘연주가 되는 장소에 있어야만’향유할 수 있었던 음악을 음반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세계로 전파시켰다.

음악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다. 1907년에는 음반 산업 전체를 통틀어 한 달 약 150만 개의 디스크와 실린더가 제작됐다. 1914년까지 78개의 음반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매니저, 프로듀서, 엔지니어, 커버 디자이너 등 새로운 직업도 속속 탄생했다. 1910년대 초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2016년 지금, 이제 음반이 처한 상황이 달라졌다. CD가 레코드를 대체하나 싶더니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녀석이 나타났다. 디지털 음원 판매량이 음반 판매량을 넘어선지 오래고, 가수들은 내 봤자 손해인 ‘판’내기를 기피한다. 마음만 먹으면 몇 백 원에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 질리게 들을 수 있다. 25년 역사를 자랑한 신촌의 한 음반 가게는 얼마 전 폐업 소식을 알렸다. 지인들과 찾은 인근 술집에서 레코드판에 닿은 전축 바늘이 지직거리는 것을 ‘추억’이라며 좋아한다. 이제 음반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걸까?

저자도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단지 ‘신은 죽었다!’는 선언처럼 ‘음반은 끝났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책은 음반이 걸어온 길을 따라 그 속에 담긴 음악계와 사회의 변화, 그 속의 수많은 발명가와 음악가들을 소개하며 단순 기술사에서 벗어나 문화사로 거듭난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음반 덕에 모르던 작품을 알게 되고 전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던 곡도 이해해 갔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연주한 것들 듣고 또 들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고 다른 사람의 음악을 소화해 음악적 폭을 넓히기도 했다. 대량 생산 시대에 접어들며 많은 사람들이 음악 애호가를 자처하고 나섰고 문화가 민주화됐다. 대중과 가까워진 음악은 백화점, 식당 등으로 흘러 들어가 오디오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연주란 원래 단 한 차례만 행해지며 유일무이하고 반복될 수 없는 것”이라며 음악의 고고함을 말하던 아르투어 슈나벨 같은 피아니스트도 있었다. 물론 그도 32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레코드로 발매하기는 했다.

1877년 12월 6일자 일기에 “포노그래프를 완성했다”고 에디슨은 기록했다. 책은 소리를 잡아두는 신기한 기계에서 출발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150년 음반의 드라마틱한 삶을 이 책은 우리 앞에 소개한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 우리는 또 어디로 흘러갈까? 하는 질문과 함께.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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