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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마약까지, 잘못된 건강 상식 해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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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마약까지, 잘못된 건강 상식 해독제

입력
2016.03.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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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음ㆍ김윤경 옮김

알에치코리아 펴냄ㆍ256쪽ㆍ16,000원

저자에 의하면 약리학을 뜻하는 ‘pharmacology’에 들어있는 파르마콘(pharmakon)이라는 말은 원래 독약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파르마코스(pharmakos)라는 용어는 어떤 공동체 안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독약을 마시고 희생물로 바쳐진 인간 속죄양을 뜻했다고 한다. 기원전 600년 경이 되어서야 병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라는 의미로 자리잡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약리학은 약물이 신체에 작용하는 원리를, 정신 약리학은 약물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 책은 여기에 신경과학까지 더해 그 기초와 핵심을 제공한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기호식품, 의약품, 심지어는 마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을 거리를 소재로 다뤄 유용한 정보와 쓸모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 저자가 다루는 음식의 범위는 무척 광범위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물질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뇌에 영향을 미치며, 어떤 물질은 다른 물질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향신료, 식물, 동물 부위, 모든 종류의 약물, 커피, 차, 니코틴, 초콜릿이 모두 음식이라고 가정한다.”

저자는 우리의 정신 활동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이 사실상 뇌 속 신경세포와 이들끼리 주고받는 신호, 이를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들에 의해 야기되는 생화학적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가 외부 세계를 인지해 그 세계와 원활하게 작용하고 종을 번식시키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뇌 속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약물과 음식은 우리 몸에 흡수되어 그 일부가 신경전달물질의 중요한 원재료가 되며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방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촉진하는데도 영향을 끼친다.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을 ‘좋고 나쁘고’의 이분법적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 음식이나 약물은 단순히 화학물질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둘째는 모든 약물은 효과가 복합적인데 그 이유는 우리의 몸과 뇌가 매우 복잡하며 몸과 뇌의 여러 부위에서 동시적으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셋째는 약물이나 음식이 뇌에 끼치는 영향은 언제나 섭취량에 달려 있으며 복용량을 달리하면 심지어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넷째는 약물이 뇌에 끼치는 효과는 유전자, 약물 복용 경험의 성격, 약물에 대한 기대 등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어렵고 딱딱한데다가 전문용어의 남발로 인해 재미없고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은 버려도 좋다. 바이킹이 광대버섯을 먹은 순록의 오줌을 마신 이야기,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광대버섯의 관련성,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복용한 코카인 등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례가 쉼 없이 등장한다. 현대인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건강 상식과 식품 정보에 의해 오염된 지식의 혼돈을 헤쳐 나가느라 많이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잘못된 건강 정보와 지식에 해독제가 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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