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머뭇하며 봄이 오고 있다. 그 동안 추위에 움츠리고 있었는데, 이제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김미혜 시인의 ‘꽃 이름 부르면’의 아이처럼 “숲을 쏘다니며/꽃 이름 배우”고 싶다. 바람꽃 너도바람꽃 새끼노루귀 애기괭이눈 깽깽이풀…… 이름을 들어본 것도 있는 듯싶지만 어떤 풀인지, 어떤 꽃인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백과사전 검색으로 찾아보니 관악산이나 북한산 산행을 하다가, 동네 불광천 산책을 하다가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귀엽고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꽃과 풀이 많지만 민들레, 제비꽃, 토끼풀 등 몇몇 외에는 모양도 이름도 잘 익혀지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한강변을 산책하다가 적황색 꽃이 요염하게 핀 것을 보고 능소화임을 알게 된 것은 소득이었다.
꿩의바람꽃 노루오줌 개불알풀. 이름들의 내력도 재미있을 것 같고, 막상 생김을 보면 이름처럼 특이하거나 괴상하지도 않다. 이름을 붙인 민중들의 생활감각은 지금의 나의 감각과는 꽤 달랐을 것이다. 이오덕 선생은 동시나 동화에 ‘이름 없는 꽃’이나 ‘이름 모를 새’ 같은 표현이 나오면 몹시 야단을 쳤다.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느냐, 선조들이 다 이름을 붙였는데. 이름을 모르면 배워서 써야지, 모른다고 써서야 되겠느냐. 김미혜 시인은 이 시 외에도 꽃과 풀과 새 이름을 동시에 많이 썼다. 그런 작품을 읽으면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나도 덩달아 풋풋해지는 듯하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물리쳐 화제다. 알파고의 불행은 ‘예쁘고 우스운’ 꽃 이름을 부르며 “햇살 아래/작은 꽃”이 되어보는 기쁨을 아직 모른다는 것이 아닐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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