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승객을 가득 태운 광역버스에 보복운전을 한 관광버스 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출근길 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를 상대로 13km 구간 동안 급차선변경, 급제동 등 보복운전을 한 관광버스 기사 이모(36)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모 회사 통근관광버스 운전자인 이씨는 지난 1월14일 오전7시13분 경부고속도로 상행 양재IC인근에서 광역급행버스가 자신의 앞에서 규정속도 시속 100km를 지키며 달리자 ‘차도 많지 않은데 천천히 간다’며 상향등을 켜고 추월을 시도했다. 하지만 광역버스 운전자 최모(45ㆍ여)씨는 계속 규정속도로 달렸고, 추월에 실패한 이씨는 당초 달리던 1차선 버스전용 차로에서 4차선으로 이동한 뒤 속력을 내 1차선 최씨의 광역버스 앞으로 차선 급변경(칼치기)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급정거 하며 하마터면 중앙 분리대를 들이 받을 뻔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운전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씨는 6분 뒤 반포IC인근에서 두 번째 위협을 시도했다. 그는 다시 4차선에서 1차선으로 칼치기를 해 광역버스 앞으로 끼어든 뒤 수차례 급제동을 하며 최씨를 위협했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 이씨는 10분 뒤인 오전7시29분 버스가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해 정류장으로 진입하자 차로를 막고 버스에서 내려 최씨를 향해 걸어갔고 차량 창문을 통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광역버스와 통근버스에는 각각 45명, 30여명의 출근길 승객들이 타고 있었지만 이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씨는 “왜 욕을 하느냐”고 말할 뿐 맞서 싸우지 않았고, 차량 안에 탑승했던 승객들도 놀라 창 밖을 쳐다 봤다.
최씨는 목적지인 숭례문까지 운행을 마친 뒤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이씨를 입건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바쁜 시간에 빨리 달리지 않아 화가 난데다 여성 운전자가 대응을 하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상대 운전자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더 험하게 대했다”며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침착한 대응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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