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활용 공공투자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공격적 정책 발표
보수 반발 우려해 못 건드린 이슈들
金 누구보다 잘 알아 과감히 선택
#15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당초 목적과 달리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4ㆍ13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기금에서 매년 10조원씩 100조원을 투자해 임대주택과 보육시설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런데 정 장관의 발언에 더민주 총선정책공약단의 반응은 의외였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켜 주요 이슈로 삼기 위해 놓은 덫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반가워 한 것이다.
#16일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노인이 “기초연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형편이 되는 대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더민주는 이 역시 공격적으로 던진 경제 이슈에 유권자들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더민주는 20만원인 기초노령연금을 30만원으로 확대 지급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경제, 복지 정책을 공격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국민연금을 활용한 공공투자 확대 방안을 비롯해 기초연금의 확대, 저소득층 114만 명의 가계부채 소각 등의 공약이 잇따라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처럼 경제, 복지 정책을 여당보다 먼저 과감하게 던지면서 의제로 삼았던 선거는 없었다”며 “보수진영의 반발을 우려해 섣불리 건드리지 못한 민감한 이슈마저 김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을 활용한 경제 살리기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도 다뤘지만 ‘국민연금의 안정성 유지’ 에 대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이슈로 삼지 못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오고 나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 정책 등을 기획하며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했던 주인공이 김 대표”라며 “보수 진영의 생각과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거침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현재 국민연금을 해외 주식, 펀드, 채권에만 투자하고 있는 상황 역시 비판 받을 상황인데도 정부가 수익성과 안정성의 어정쩡한 조화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김 대표는 야당의 단골 경제 정책들도 과감하게 건드리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가 진행하던 ‘대기업 임원 연봉 상한제’ 추진을 보류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실현할 경우 몇몇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반가워 할 지 모르지만 실제 산업 현장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가 내놓는 경제ㆍ복지 정책 대부분이 대선용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을 내거나 바꾼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권력자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내용들”이라며 “총선은 물론 내년 대선 역시 경제가 핵심이란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박진만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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