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매출실적을 부풀리고 주문량을 조작하는 부정행위가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소비자의 날인 15일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에서 판매업자들이 허위 주문으로 매출 순위를 조작하는 실태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년간 애플이나 맥도날드 같은 외국 기업들을 비판하는데 앞장서 오던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에도 화살을 돌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CCTV가 방영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晩會)’에 따르면 타오바오에 입점한 판매업자들은 슈아쇼우(刷手·솔질해주는 사람)라는 공모자를 대거 모집한 뒤 이들에게 5~10위안(900~1,800원)의 수수료와 상품대금을 먼저 지불하고 상품을 주문하도록 했다. 이같은 허위 주문에 판매업자들은 빈 상자를 배달하고, 공모자들은 미리 받은 상품대금을 반환한 뒤 온라인 상에 후기를 작성하는 것으로 거래를 끝내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주문이 폭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판매업자와 공모자 간에는 실제 상품이나 대금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타오바오에서 중국 고객간(C2C) 전자상거래의 96.5%(2013년 기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허위판매나 매출조작은 대규모로 이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CCTV는 1만명 이상의 슈아쇼우들이 모여 허위판매에 대한 교육을 받는 현장까지 공개했다.
알리바바 측도 입점 업체들의 부정행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웨이민 알리바바 부회장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2013년 한해 동안 전체 17%에 해당하는 판매자(120만명)가 총 100억위안(1조8,000억원) 규모의 허위판매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알리바바 측은 허위판매를 뿌리 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니엘 장 알리바바 최고업무책임자(COO)는 “자동으로 슈아쇼우의 평가를 골라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수천명의 기술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창구를 통해 허위 주문과 매출 조작의 부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알리바바의 이미지는 상당한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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