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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속 'Pick Me'도 과연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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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속 'Pick Me'도 과연 뜰까

입력
2016.03.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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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 너와 나 꿈을 나눌 이 순간"

상큼 발랄한 소녀의 댄스곡이 정치와 만났다. 새누리당이 지난 14일 발표한 20대 총선 선거 로고송 7곡에 Mnet '프로듀스 101'의 대표곡 'Pick Me'도 포함됐다. 곡 자체가 '나를 뽑아주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반복적인 가사가 후보를 각인시키기 적합하다는 것이 이유다.

'Pick Me'는 일찌감치 로고송으로 예견된 곡이다. 멜로디가 간결하고, 댄스 장르이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이 다수였다. 로고송 제작업체 도너츠 엔터테인먼트의 유호석 팀장은 "로고송은 원곡의 제목과 가사가 상황에 맞아야 각인 효과가 상승한다"며 "'Pick Me'는 이미 조금씩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트로트 중심이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 선거 로고송으로 다양한 장르의 곡이 등장하고 있다.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걸그룹 시크릿의 '사랑은 무브', 포미닛의 '핫이슈', 카라의 '미스터' 등을 개사해 젊은 층을 공략했다. 지금은 10대 소녀들의 곡도 소화하는 선거판이지만 과거엔 어땠을까. 타임머신을 1980년대 대선부터 돌려봤다.

1. 1987년 제 13대 대통령 선거

국내에 선거 로고송이 최초로 등장한 때는 1960년 제 4대 대통령 선거다. 조순형 전 의원의 아버지이기도 한 조병옥 후보가 타계하자 지지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영화 '유정천리'의 주제가를 개사한 것이 시작이다. 후보들이 홍보 수단으로 로고송을 활용하게 된 것은 1987년 제 13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였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애창곡인 '베사메무초'로 '보통 사람' 이미지를 강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군정종식가'를 크게 히트시켰는데 '군정 종식 김영삼, 민주 통일 김영삼'이라는 가사로 이전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심었다.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요를 개사해 로고송을 만들었으나 공약 내용과 정치적 소신을 담아내지 못해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자전거'를 개사한 가사는 다음과 같았다.

● 자전거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김대중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2. 1997년 제 15대 대통령 선거

1997년 제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와 춤을'이 흥행한 이후 로고송은 선거운동에서 필수적인 홍보수단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구시대적 정치인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남성그룹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을 로고송으로 택했다. 이 노래에 맞춰 홍보 영상도 제작했는데, 어색했지만 정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춤사위는 젊은 세대와 정치인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상에선 당시 DJP 연합의 한 축이었던 김종필, 故박태준 전 총리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 DJ와 함께 춤을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 그럼/모든 문제 해결할 수 있어요 물론/기분 좋은 우리 세상 세상을/DJ로 만들어봐요 DJ DJ/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 그럼/경제통일 책임질 수 있어요 좋지/준비되어 있는 우리 대통령/DJ로 만들어봐요/이번2번 이번에∼ DJ 2번

3. 2002년 제 16대 대통령 선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제 16대 대통령 선거 때 월드컵 열기에 맞춰 남성밴드 윤도현 밴드 '오 필승 코리아'와 가수 한명숙의 '노란샤쓰의 사나이', 가수 양희은의 '상록수'를 선보였다. '상록수'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1분 남짓의 짧은 노래에서 미처 담지 못한 정치적 비전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문구로 대신했다. 이 강렬한 감성 마케팅은 지금도 성공적인 대선 홍보전략으로 회자되고 있다.

한편 제 15대 대선에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가수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로 개사한 로고송으로 재도전에 나섰으나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상록수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4. 2007년 제 17대 대통령 선거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가 히트한 후 정치권에도 세미 트로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오빠만 믿어',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라' 등을 보유한 가수 박현빈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박현빈은 무려 1000여 곡이 넘는 로고송을 녹음해 국내 최다 로고송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를 '명박만 믿어'로 개사했다. 여기에 남성그룹 슈퍼주니어의 '로꾸꺼'를 '이명박송'으로, 남성밴드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이번엔 이명박' 등으로 개사했다. 당시 후보였던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대세에 따라 각각 박현빈의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빠'를 준비했다. 이 외에 장윤정의 '짠짜라', 가수 송대관의 '유행가', 가수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등이 등장해 선거판에 트로트 전성시대가 열렸다.

● 명박만 믿어

명박 한번 믿어봐. 기호2번 이명박 경제회복 2번 책임질게/국민이 힘들 때 희망 없어 눈물 날 때 언제나 기댈 2번 명박 있다/두 번을 생각해도 천 번을 생각해도 2번 택하고/국민 위해 살리 명박 믿어봐/명박 한 번 믿어봐 희망 잡아도 좋아/말만 하는 후보 아냐 명박 믿어봐/명박 한 번 믿어봐 서민경제 살릴게 국민성공시대 책임질게

5.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

2012년 선거판에서도 트로트의 인기는 이어졌다. 간결한 구조로 개사가 용이하고 대중적이라 전 연령층을 공략하기 용이하기 때문. 다만 그 해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2030세대의 유행가도 적극 활용하며 젊은 층을 의식한 점이 눈에 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박현빈 '앗뜨거', 송대관 '유행가', 가수 현숙 '춤추는 탬버린'에 이어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남성그룹 빅뱅의 '붉은 노을' 등 총 17곡을 선보였다. '붉은 노을'에는 '5년 동안 너무 힘들었죠. 이제 바꿔봐요'라는 가사로 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도 녹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당시 총 28곡을 준비했다. 지역과 세대의 특성에 따라 트로트 10곡, 댄스곡 7곡, 발라드 4곡, 7080세대 노래 4곡을 선정했다. 걸그룹 포미닛, 카라, 시크릿, 남성밴드 씨엔블루 등 화려한 댄스곡도 활용했다. 가사에는 '여성대통령 최초의 대통령', '기호 1번 믿을만한 여성 박근혜' 등 여성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두 후보 모두 그 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러브콜을 보냈으나 정치적 편향성에 부담을 느낀 싸이 측이 거절하면서 무산이 되기도 했다.

● 박근혜 무브

컴온 1번, 기호 1번 믿을만한 여성 박근혜/ 박근혜 믿어 박근혜는 진실한 사람

6. 2016년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

20대 총선의 로고송은 어떨까. 새누리당이 발표한 7곡을 보면 이번에도 로고송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층을 공략한 'Pick Me'에 이어 상황별 소음 민원에 대비해 가수 김필, 곽진언의 '뭐라고'도 선정했다. '뭐라고'는 미디엄 템포의 후크송으로 잔잔하면서도 율동이 가능해 출·퇴근 시간, 시험기간 등에 활용이 용이하다. 이 외에 태진아 '잘 살거야', 가수 박학기 '비타민', 장윤정 '올래', 가수 박강수 '다시 힘을 내어라', 설운도 '사랑의 트위스트' 등을 준비했다.

'Pick Me'를 두고 새누리당과의 경쟁에서 밀린 더불어민주당은 '더더더'라는 응원가를 새롭게 발표했다. 작곡가 김형석이 제작한 이 노래는 '더'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후렴구로 간결한 메시지를 전한다. 발표 직후 더민주는 일주일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더더더' 콘서트를 개최해 로고송 알리기에 나섰다.

최근 선거판은 트로트 장르를 줄이고 2030세대의 히트곡을 로고송으로 선정하는 등 여러 연령층을 고려하는 추세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발라드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때와 장소에 맞는 선거운동을 위해 다양한 장르를 숙고한다.

로고송 제작업체 도너츠 엔터테인먼트 유호석 팀장은 "젊은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로고송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투표율이 높은 중장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트로트를 활용했으나 지금은 여야 할 것 없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댄스, 발라드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 더더더

더불어 더불어 민주당 (더)/국민과 더불어 (더 더 더)/희망을 꿈꿔요 함께 더민주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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