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이 4ㆍ13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본인이 강하게 주장했던 야권연대가 불발된 데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17일 기자들에게 “저는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아내고, 동시에 우리당이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에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말씀을 줄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의원은 그 동안 20대 총선에서 야권통합 및 연대 추진 여부를 놓고 안철수 공동 대표와 대립했고,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사퇴 카드까지 던지며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논란 초기에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안 공동대표를 압박했으나, 천 공동대표가 15일 조건 없이 야권연대 주장을 접으면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신세가 됐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한 달 뒤 (선거) 결과에 야권의 지도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며 자신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원은 아직까지는 국민의당을 탈당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어제 지역의 선거 운동을 사실상 접었다”며 “오늘 아침 출근하며 짧은 편지만 전하고 사라졌다”고 전했다. 김 의원의 탈당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탈당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4선의 김 의원은 2008년 1월 정동영 후보의 대선 패배 이후 “노무현 프레임 극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가 실패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18대 총선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19대에 서울 광진갑 지역구에 출마해 여의도로 복귀, 민주당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국민의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으며 야권의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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