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용시장에 거품경제 붕괴 이후 20년 만의 최대 훈풍이 불고 있는 반면 한국 고용 사정은 나빠지면서 한국 실업률이 일본 실업률을 11개월 연속 웃돌았다. 한국의 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일본보다 낮았는데,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3.4%로, 일본의 3.3%보다 0.1%포인트 높았다. 계절적 요인 등 경기와 상관없는 요소를 제외한 계절조정 실업률을 놓고 보면, 한국 실업률은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 연속으로 일본보다 높은 상태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 실업률이 3.9%, 일본은 3.3%로 격차가 0.6%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올해 2월 실업률(4.1%)이 2010년 2월(4.2%)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로 뛰면서 일본과의 격차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실업률이 이처럼 오랜 기간 일본을 웃돈 것은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두 나라 실업률 역전은 고용시장의 ‘온도 차’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나올 정도로 일본의 고용지표는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업률은 3.1%까지 내려가 199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일본 실업률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은 우선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력 부족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현상을 맞지만 일본에선 이미 199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 몇 년 전부터는 총인구마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기 개선도 고용시장 상황이 좋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일본 규동 체인 ‘스키야’는 인력이 부족해 24시간 영업을 취소했을 정도”라며 “동일본 대지진 이후 건설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숙련 노동자 채용이 증가한 것도 실업률이 떨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고용시장은 2014년 취업자가 50만명대로 늘어나는 ‘고용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수출 부진과 대외경기 둔화로 고용 창출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취업자 수가 29.0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실제 20만명대로 떨어지면 이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가 된다.
한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신통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용뿐만 아니라 수출, 물가, 제조업가동률마저 일본에 밀리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12월 수출(달러화 기준)이 10.0% 감소할 때 한국 수출은 14.3% 줄었다. 올해 1월 수출 감소 폭은 일본 12.9%, 한국 18.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의 1월 제조업가동률은 72.6%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일본 제조업가동률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2년 연속으로 일본보다 낮아진 상태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2014년 한국과 일본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3%, 2.8%로 한국이 일본보다 1.5%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한국 소비자물가가 0.7% 오를 때 일본은 0.8% 상승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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