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하위 후보 추천 적잖아
여성 등 우선추천제 전략공천 이용
“국민공천 아닌 朴心공천” 비난
뚜껑이 열린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는 ‘상향식 공천’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16일까지 발표된 지역구 공천 결과를 보면 10곳 중 4곳은 민심과 상관없이 후보를 내리꽂은 전략공천이었다. 당직자들 사이에서조차 새누리당의 공천 룰은 ‘이한구 맘대로’라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까지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을과 호남 일부 지역을 뺀 249곳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이 중 여론조사 경선으로 후보자를 가리는 지역은 141곳으로 절반 수준이다. 나머지는 단수추천 96곳, 우선추천 12곳이다. 사실상 전략공천이 108곳이나 되는 것이다. 이는 상향식 공천제 도입 이전인 19대 공천의 47곳보다도 2배나 많은 수치다.
단수추천은 공천신청자가 1명이거나 복수의 신청자가 있는 지역구는 그 중 1명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등에 한해 가능하다. 그러나 공천신청자가 1명인 곳은 96곳 중 절반 정도인 47곳뿐이다. 나머지 지역도 사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후보를 제치고 하위 후보가 단수추천된 곳이 적지 않다. 진박후보인 정종섭(대구 동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안대희(서울 마포갑) 전 대법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들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도 단수추천을 받았다.
여성ㆍ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필요하거나 여론조사 등을 참작해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에 예외적으로 적용해야하는 우선추천도 비슷한 실정이다. 당내에서는 “공관위가 단수ㆍ우선추천제를 돌려막기로 활용하며 전략공천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거칠 것 없는 칼 바람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있다는 게 공공연한 시각이다. “국민공천이 아닌 박심(朴心)공천”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2년 전 진통 끝에 상향식 공천제를 못박은 현재의 당헌ㆍ당규로 개정했다. 세부 규칙인 ‘공천 룰’은 갈등 끝에 올 2월 완성됐다. 그러나 공천이 거의 마무리 된 지금 이 룰대로 공천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박심공천으로 절멸 위기에 처한 비박계에선 “정치생명을 걸고 상향식 공천제를 지키겠다고 했던 김무성 대표조차 그렇게 생각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독일은 후보 등록 시 공천 과정 녹취록을 중앙선관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다”며 “우리도 공천과정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법제화해야 룰을 무시하고 반복되는 ‘사천’ 논란을 끝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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