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통신 방송 업계의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정부가 M&A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인 경쟁상황 평가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통상 2월 초 공개해 온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를 올해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KISDI에 위탁해 진행하는 이 평가는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을 비롯해 업체별 매출, 영업이익, 마케팅비용 등 현황을 모두 담고 있다. 정부는 이 평가 결과를 기초로 해, 통신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규제 근거를 마련한다.
통상 KISDI는 이 자료를 매년 11월 말 발간한 뒤 검토를 거쳐 2월 초에 공개했다. 그러나 올해는 3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14년, 2015년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KISDI 관계자는 “올해 발표되는 평가부턴 이동통신ㆍ인터넷(IP)TVㆍ초고속인터넷ㆍ인터넷전화 등을 묶어서 할인 판매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현황까지 새로 포함된다”며 “전체적으로 분량이 많아지며 검토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결합상품 판매 상황은 이동통신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유료방송이나 초고속인터넷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지 따져볼 수 있는 자료다. KISDI가 계속 발표를 미루는 것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수치로 밝혀지면 SK텔레콤의 지나친 지배력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SK텔레콤을 봐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ISDI 관계자는 “민감한 상황을 감안, 발표는 다음주를 넘기지 않을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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