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식으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주변 사람들을 꼬드겨 수억원을 뜯어낸 뒤 정신병원에 입원해 빚 독촉과 수사를 피하려던 전직 벤처기업 연구원이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옥환)는 대학 친구와 선배, 회사동료 등 지인 23명에게 “대기업 우리사주를 싸게 사주겠다”고 속여 8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모(36ㆍ여)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동생이 다니는 AK홀딩스에서 애경그룹 우리사주를 싸게 매입하면 6개월 뒤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며 지인들에게 접근해 각각 수백만~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K홀딩스는 애경산업과 제주항공 등을 보유한 애경그룹 지주회사다.
김씨는 일부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대금지불각서’를 위조해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가짜 각서에는 자신이 다니는 연구원 대표가 44억원을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투자금 반환 독촉에 그는 서울 소재 한 병원의 신경정신과로 피신해 이들을 따돌렸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입원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고 수사를 피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씨의 병원 입원 기록을 확인해 보니 입원 기간 100여일 중 60일 이상을 외박ㆍ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앞서 받은 투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했으나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투자금 돌려막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의 또 다른 3억원대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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