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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만달러 해킹…물러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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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만달러 해킹…물러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

입력
2016.03.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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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으로 미 연준 계좌에 예치했던 8,100만 달러를 도난 당한 책임을 지고 15일 자리에서 물러난 아티우르 라흐만(가운데)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해킹으로 미 연준 계좌에 예치했던 8,100만 달러를 도난 당한 책임을 지고 15일 자리에서 물러난 아티우르 라흐만(가운데)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계좌에 예치해뒀던 8,100만 달러(약 966억원)를 해킹으로 도난당한 사건으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글라데시 일간 다카트리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티우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해킹 도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셰이크 하시나 총리에게 사직원을 제출했다. 부행장 2명도 사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라흐만 총재의 사퇴에 대해 ‘미궁에 빠진 해킹사건의 첫 희생자’가 나왔다고 전하며 지난 2월 발생한 거액의 연준 계좌 해킹 사건의 전말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달 5일 발생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의 연준 계좌 해킹 사건에 연루된 자금은 무려 1억100만 달러(약 1,204억원)에 달한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해커가 연준의 계좌 시스템에 잠입해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필리핀(8,100만 달러)과 스리랑카(2,000만 달러)의 모 은행 계좌로 불법 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스리랑카로 흘러간 돈은 범인들이 송금요청서에 영어 단어를 잘못 게재하는 바람에 출금이 이뤄지지 않아 곧 되찾았지만, 필리핀 계좌로 빠져나간 돈은 이후 다른 은행들과 카지노 등을 거치며 ‘세탁’이 됐다. 뒤늦게 필리핀 정부가 계좌를 동결시켜 6만8,000달러(약 8,000만원)는 건졌지만 나머지는 한 달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결국 8,100만 달러의 국고를 잃은 라흐만 총재가 사퇴하기에 이르렀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연준의 시스템이 뚫린 만큼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자칫 양국간 법정 다툼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라흐만 총재와 방글라데시 측은 지난주 계좌관리 책임이 있는 뉴욕 연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인 해커로 보이는 범인이 연준의 방화벽을 뚫고 들어왔다는 심증에서다. 하지만 연준은 “전적으로 계좌이체의 책임은 방글라데시에 있다”며 “모든 이체과정은 정상적인 통제시스템 아래에서 이뤄졌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해킹이 아니라 예금주인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실수로 돈을 엉뚱한 계좌에 보냈다는 주장이다.

미 사법당국도 연준의 보안시스템 점검과 수사에 착수했지만 해커는 물론 자취를 감춘 8,100만 달러의 행방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일단 카지노로 자금이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라며 “자금을 빨아들인 카지노는 그야말로 블랙홀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이다”고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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