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력ㆍ원자력발전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경주시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20일까지 이사를 마치고 21일부터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새 사옥시대를 열고 제2의 창사를 선언할 예정이다. 경주시가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한 지 11년 만이다.
경주시내에서 불국사 앞에서 시작하는 토함산 터널을 지나 도착한 장항리 새 사옥은 이삿짐을 옮기느라 어수선했지만 경주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했다. 올해 경영화두를 백성(국민)과 함께 한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정한 한수원은 우선 지난 15일 지역 언론을 상대로 본사 사옥을 공개했다.
한수원 새 사옥은 불국사입구에서 토함산터널(4,345m)을 이용하면 15분이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다. 보문단지에서 덕동호, 추령터널을 거칠 때보다 절반도 걸리지 않는다.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동경주IC를 통해 접근할 수도 있어서 그 만큼 경주시내와 울산지역이 가까워졌다.
정문 안쪽 200여대 규모의 야외주차장은 태양광발전설비로 덮여 있었다. 건물 뒤쪽 주차장까지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735㎾. 일반 가정 250가구에 공급할 수 있고, 한수원 본사에 필요한 전력의 30~40%를 충당하는 규모다. 미래 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한수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수원은 본사 건물 명칭도 지역밀착형으로 명명했다. 사무동은 광명이서관’, 체육관은‘화랑관’, 홍보관은 ‘빛누리관’으로 명명했다. 사내 어린이집은 ‘도담 어린이집’이라고 지었다.
한수원 본사의 헤드쿼터인 광명이서관은 아직 이삿짐이 곳곳에 쌓여 있었지만 이미 근무 중인 직원들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지방근무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경주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저 커 보였다.
새 사옥은 낯선 환경에 놓인 1,200여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대회의실은 첨단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췄고, 부서별 불편함이 없도록 크고 작은 9개의 소회의실을 갖췄다. 층마다 디자인을 달리하는 소파와 싱크대를 설치해 점심시간 등에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농구장, 배드민턴 코드를 갖춘 체육관, 각종 헬스기구를 완비한 헬스장 등은 일부러 멀리 가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다. 퇴근 후 시내까지 가지 않고도 지역협력처에 근무하는 여동국씨는 “그 동안 서울 사무소만 3군데나 흩어져 있었는데 이제 모두 한 건물에 모이게 돼 부서간에 원활한 협조가 가능해져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보관과 공연장은 일반 탐방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키로 해 여민동락이라는 올해 경영화두를 연상케 하고 있다. 홍보관에는 수력 원자력 발전 원리와 현황, 미래 에너지산업에 대한 정보 등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802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공연장은 토함산 줄기의 풍광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통유리와 대규모 오케스트라도 공연할 수 있는 최신 설비를 갖췄다.
본사이전추진센터 사옥건설팀 임병섭 차장은 “사옥 입구의 조형물이 말해주듯이 한수원 새 사옥은 단순한 사무용 건물이 아니라 경주 본사시대를 맞아 지역민과 함께하겠다는 한수원의 의지를 담아 지었다”며 지역밀착경영을 강화할 것임을 피력했다.
글ㆍ사진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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