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처분 않고 판매상에 팔아 넘겨
연구원ㆍ운송직원 등 26명 적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연구원과 운송 직원들이 서류를 조작해 폐기해야 할 시험용 타이어를 빼돌린 뒤 시중에 유통시켜 온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3년간 이 같은 수법을 대물림하며 시험용 타이어를 팔아 넘겨 21억원을 챙겼지만 회사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012년 2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계약직 운송 직원으로 취직한 A(28)씨는 입사 후 공장 안팎에서 떠도는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일부 직원들이 성능 테스트가 끝나 폐기해야 할 시험용 타이어 중 상태가 좋은 타이어를 몰래 빼돌려 팔아 넘긴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소문은 주로 고용기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이 끝나 퇴사한 전임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긴가민가했던 A씨는 이듬해 1월 동료 B씨를 끌어들여 소문대로 해보기로 했다.
A씨 등은 먼저 시험용 타이어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시험 목적 등이 적힌 연구원 명의의 지출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위조했다. 이어 택배 차량에 시험용 타이어를 싣고 공장 정문을 빠져나가면서 경비실에 위조된 지출증을 제시했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한 A씨 등은 이후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2월까지 시험용 타이어 2,100여 개를 무단 반출해 인터넷 중고사이트나 타이어 판매상에 시중 가격의 절반 값에 팔아 넘겨 5억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 후임자로 입사한 C씨 등에게 범행수법을 대물림했다. 실제 C씨는 동료 직원 3명과 함께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4월까지 시험용 타이어 4,000여 개를 빼돌려 팔았다.
타이어 빼돌리기는 연구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임연구원 D씨 등 4명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타이어 마모도 등 성능 테스트를 위해 전남 곡성이나 경기 용인의 연구소로 시험용 타이어를 보내는 것처럼 속여 타이어 300여 개를 빼돌렸다. 운송 직원과 연구원들이 3년간 무단 반출해 팔아 넘긴 타이어는 6,600여 개(21억원 상당)에 달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지난해 11월 공장 내에 “시험용 타이어는 먼저 본 놈이 임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자, 회사 측이 자체 감사에 나서 시험타이어 불법 유통 사실을 적발해 A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회사 측은 타이어 반출과 시험, 폐기 과정 전부를 전산화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B씨 등 운송 직원 4명을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하고, A씨와 연구원 D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시험용 타이어를 헐값에 사들인 업주와 택배기사 등 17명을 장물 취득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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