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는' 그룹이 있다. 보통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과 달리 유독 뭉치면 잘 안풀리는 주인공들이다. 멤버별 스타성만 놓고 보면 '어벤져스'이라고 불려야 하지만 가요계 미스터리에 가깝다. 데뷔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팀 이름보다 멤버 이름이 더 널리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7년차 제국의아이들, 8년차 레인보우, 요즘에는 5년차 피에스타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어벤져스?
2010년 데뷔한 그룹 제국의아이들은 가장 많은 스타를 보유한 팀이다. 한가인 닮은꼴로 먼저 두각을 보인 김동준은 '아육대'에서 육상돌로 거듭났다. 황광희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지난해 '무한도전' 고정까지 꿰찼다. 박형식과 임시완도 배우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김태헌은 격투기, 문준영은 DJ 등 다른 멤버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들 역시 화려하다. 김재경은 미녀 랭킹을 따질 때마다 빠짐 없이 등장하고 고우리는 연기, 지숙은 KBS2 '연예가중계'에서 리포터로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조현영은 빼어난 몸매 덕에 섹시 아이콘으로 꼽힌다.
피에스타는 중국인 멤버 차오루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휘어잡고 있다. 어눌한 한국어 구사력에 엉뚱한 매력이 더해져 '대세'로 평가 받는다. 다른 멤버 예지는 지난해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랩스타'에서 '미친개 래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세 그룹 모두 멤버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연예계 어벤져스'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막강 라인업을 자랑했다.
■뭉쳤더니!
'어벤져스'의 가요계 접수는 쉽게 보였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음원 실시간 차트를 통한 1위 홍보 남발이 문제로 대두될 때에도 이들에겐 다른 세상 얘기였다. 스타들이 뭉쳐있는 그룹이지만 앨범을 낼 때마다 10위권은커녕 20~3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웠다.
제국의아이들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하고 하민우 김태헌 등 하나 둘씩 멤버들이 입대하기 시작했다. 레인보우는 2010년 발표한 '에이(A)'가 최고 히트곡인데 지난달 새 미니앨범 '프리즘'으로 야심차게 복귀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멤버 둘이 생긴 피에스타도 여세를 몰아 최근 새 미니앨범으로 뭉쳤다. 그러나 타이틀곡 '미러'는 금세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스타성이 출중한 멤버들이 수두룩한데 뭉치면 잘 풀리지 않는 게 정말 미스터리"라고 바라봤다.
■멤버들 속내
해당 그룹의 멤버들은 주변 시선보다 자신들의 사정을 더 잘 안다. 번뇌와 포기, 다시 심기일전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속마음을 공공연히 표현해왔다.
제국의아이들의 박형식은 과거 인터뷰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뭔가의 느낌이 있다"며 "애틋함,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기분 좋지만 현실적인 부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참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오묘한 색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기하다. 우리 같은 그룹도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뒤늦게 빛을 본 차오루와 예지는 피에스타에 대한 절박한 마음을 내비쳤다. 차오루는 "무대에서 가수로 정말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 간절하다. 올해 정말 소처럼 일하겠다"고 했고, 예지는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연습했다. 어렵게 찾아온 좋은 기회와 관심, 그래서 지금 절박하고 잘 되고 싶다"고 했다.
레인보우는 새로운 경지에 오른 자세다. 김재경은 "캐릭터가 없는 것보다 낫다"고 웃으며 "한 번에 '빵' 터지는 것도 좋지만 더디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조금 느리지만 매번 성장하고 있는 우리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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