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사진=연합뉴스.
유영(12ㆍ문원초)이 한국 피겨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은퇴한 '피겨여왕' 김연아(26)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후보로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유영은 지난 10일(한국시간)과 11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컵 오브 티롤 2016' 여자 싱글 어드밴스드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했다. 쇼트프로그램(46.72점)과 프리스케이팅(88.03점) 점수를 더해 총점 134.75점을 받은 유영은 2위 마리나 피레다(이탈리아)를 30점 이상 여유롭게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해 8월 첫 출전한 국제대회 2015 아시안 트로피 어드밴스드 노비스 부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두 번째 국제무대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부상 중에 거둔 수확이어서 감격은 배가됐다.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취재진을 만나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다.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고 출전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유영은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넘어져 왼쪽 무릎을 여섯 바늘이나 꿰맸다. 유영은 "지금은 괜찮다.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코치 선생님과 각 기술을 연마해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피겨계에선 유영이 '포스트 김연아'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그는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 11세8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연아는 2003년 같은 대회에서 만 12세6개월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시상에 나선 김연아는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보다 더 잘한다"며 후배 유영을 치켜세웠다.
유영은 사업하는 아버지로 인해 두 살 때부터 싱가포르에서 자랐다. 키 143cm에 체중 31kg인 유영은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의 모습을 보고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피겨스케이팅은 어느새 꿈이 돼 버렸다.
유영은 김연아의 연기 영상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돌려보며 스스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한동안 '독학'으로 꿈을 키워가던 그는 2013년 3월 국내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원룸에서 생활하던 유영은 한성미 코치를 만나 본격적으로 피겨 훈련을 시작했다.
유영의 강점은 스피드와 비거리(점프의 도약점과 착지점 사이 거리)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김연아의 현역시절 점프력과 비거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는 김연아가 안정적으로 회전 동작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유영은 김연아의 표현 능력도 빼 닮았다. 음악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영은 하루 8시간 내외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은 올해 초 국가대표 선발 가능 나이 규정이 '2003년 7월 1일 이전에 태어난 선수'로 바뀌면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곧바로 빙상 영재 육성 방안을 마련, 유영에게 국가대표와 동일한 조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국 피겨계의 어깨가 무겁다. 현재까지는 유영, 김예림(13ㆍ양정초), 임은수(13ㆍ응봉초) 등 피겨계의 새싹들이 쑥쑥 성장 중이다. 물론 이들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연아가 세계 피겨계를 평정했을 때 언론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표현 중 하나는 '피겨의 불모지 한국'이었다. 피겨계 꿈나무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있을 때 '포스트 김연아'도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