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자 가입제한 탓
황영기 금투협회장도 ISA 가입 못 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이튿날인 15일 오전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는 갑작스런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댔습니다. 이날 국민은행에서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ISA 가입 행사가 열렸는데요. 행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한 ‘피겨 여왕’ 김연아(26) 선수의 존재가 이런 인파에 한 몫을 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KB금융그룹의 전속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행사 당시 상황이 다소 의아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은행 창구에 앉아 직접 ISA에 가입하는 진 원장 옆에 다소곳이 서있기만 하고 ISA에 가입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ISA가 가입해서 손해 볼 것 없는 ‘만능통장’이라는데 왜 가입하지 않았을까요. 또 KB국민은행 입장에서도 김연아 선수가 ISA에 가입했다면 홍보 효과가 한층 더 커졌을 텐데요.
김연아 선수는 ISA에 가입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ISA는 근로ㆍ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나 자영업자, 농어민이 가입 대상입니다. 하지만 가입 직전 연도의 금융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엔 가입을 제한합니다. ‘초고소득층한테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부의 조치인데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14년 기준으로 약 14만명으로 전 국민의 0.3% 가량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가 김연아 선수 측에 ISA가입 의향을 물었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빼어난 실력과 외모로 각종 대회 상금과 CF를 휩쓴 김연아 선수의 수입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3년 6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년 간 김연아 선수의 수입을 약 1,63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67억원)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측은 “김연아 선수의 구체적인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속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14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 객장에선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과 유상호 한투증권 대표이사가 참석한 ISA 가입행사가 열렸는데요. 금투업계 수장인 황 회장이 정작 ISA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황 회장 역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로 ISA 가입 제한에 걸렸다고 금투협회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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