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기능상실(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이 최근 10년간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심장 전문의들은 심부전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의료진의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3년 동안 개발한 한국형 심부전 진료 지침을 선포했다.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인구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 심부전이란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체내에 혈액을 충분하게 공급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심장 근육 손상, 심장의 부하 증가 등 원인도 다양하다. 호흡 곤란, 부종,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6일 통계청의 ‘2014 주요 사망원인’을 보면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이 2004년 1,398명에서 2014년 4,123명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2.95배가 됐다. 다른 심장질환과 비교하면 사망자 수 자체는 많지는 않지만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같은 기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은 9,303명에서 1만187명으로 9.5% 증가했고, 허혈성 심장질환은 11.5% 늘어났을 뿐이었다. 고혈압성 심장병은 이 기간에 오히려 22% 줄어들었다.
다양한 원인이 곧 심부전으로 이어지다 보니 심부전은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도 불린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사망률이 높던 심근경색이나 심근병증 등의 치료가 가능해지고, 이런 질환을 앓은 환자들이 심부전을 앓게 되면서 환자 수가 급증했다.
또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원인 질환을 가진 환자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심부전 환자도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부전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도 크다. 최근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심부전 환자들은 평균 697만원을 병원비로 지출했다. 외래 약값은 제외한 금액이다. 이 중 입원비로 쓰인 비용만 666만원으로 폐암의 본인부담금(216만원)보다도 3배나 비싸다.
이런데도 심부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대한심장학회와 한국심장재단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의 약 40%는 심부전이 어떤 질환인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90% 정도는 심부전을 위중한 질환으로 여기지 않았다.
전문의들은 일반인뿐 아니라 심장을 전공하지 않은 일선 의료진 사이에서도 심부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아 조기에 진단이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해왔다.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부전 연구회 소속 진료지침 제정위원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국형 심부전 진료 지침을 개발해 15일 선포했다. 2013년 개발에 착수한 지 약 3년 만이다.
최동주 제정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지금도 지침서 개발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지침서가 보편화하면 심부전 환자·진단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침서가 국민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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