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5 공천 학살’로 대구는 지역구 12곳 중 최소 8곳의 현역이 물갈이됐다.
이중 8곳은 이미 초선 의원들로 채워지게 됐다. 여기에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맞불을 김상훈(서구) 의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경선을 치르는 윤재옥(달서을) 의원의 경선 결과에 따라서는 초선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남은 2곳의 공천 결과가 유승민(동을) 의원의 컷오프, 조원진(달서병) 의원의 경선 탈락으로 이어진다면 대구는 사상 초유로 전 지역이 초선 국회의원들로 채워지게 된다. 18대 대선 당시 투표율 80%, 득표율 80%으로 정권 재창출의 산실이었던 대구 정치권이 ‘초선 일색’으로 바뀔 위기에 놓인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대구 의원 선수(選數)의 합은 32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달성군에서 내리 4선을 했고, 홍사덕(5선), 박종근ㆍ이해봉(각 4선) 의원이 다선 중진, 이명규ㆍ주성영(재선)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으며 위상이 남달랐다. 박종근 의원은 대구육상선수권대회특위 위원장 등 각종 특위 위원장을 역임했고, 이해봉 의원은 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 가도를 도우면서 호시절을 보냈다. 초선이었지만 배영식 의원은 당 경제통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를 위해 비례대표 의원이 된 박 대통령을 제외하고 이들 의원들은 19대 총선에서 낙천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19대 국회 대구 정치권은 22선의 약체가 됐다. 국회의장은 고사하고 부의장급 후보도 사라진 데다 전당대회 출마 후보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또 4선의 최다선인 이한구 의원까지 지난해 초 불출마를 선언, 각종 현안에서 발을 빼면서 선수의 상실을 실감해야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선수는 깡패라는 말도 있다”며 “당 대표나 최고위원, 상임위원장급이나 상임위 간사급이 없으면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기획은 물론 예산까지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19대 총선 당시 7명의 정치신인은 예산(류성걸), 국토(김희국), IT(권은희), 언론(홍지만), 치안(윤재옥) 등 전문성이 뚜렷하거나 대구에서 공직생활을 오래한 토종 후보(김상훈, 이종진)여서 낙하산 공천의 역풍이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박(眞朴) 마케팅에 열 올린 예비후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아 정치 불신이나 혐오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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