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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알파고 뒤에 가려진 것

입력
2016.03.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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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5일 오후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세돌 9단이 15일 오후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더러는 산업이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와 대척점에 설 때가 있다. 환경문제가 얽혀 있다던가 아이들의 교육이 달린 일 등이 그렇다. 대표적인 경우가 게임 산업이다.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들을 게임 중독에 빠뜨려 이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는 것이 흔히 게임 산업의 폐해로 지적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고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시각에 따라 마약이나 알코올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게임 산업이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게임산업이 인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를 결정지은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화제다. 그런데 이 알파고는 게임산업이 없었으면 태어나기 힘들었다.

알파고는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에서 개발됐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통하는 이 업체의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딥마인드 창업 이전에 게임 개발로 IT산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17세 때 운명을 바꿔 놓을 인물을 만났다. 바로 게임계의 거장인 피터 몰리뉴다. 피터 몰리뉴는 인류 문명 발달사를 ‘문명’이라는 걸작 게임으로 개발한 시드 마이어와 더불어 게임계의 천재이자 거장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하사비스 CEO는 몰리뉴와 함께 가상으로 동물원을 만드는 PC용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고무돼 피터 몰리뉴와 함께,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 대립하는 내용을 담은 ‘블랙 앤 화이트’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히트했다. 이후 하사비스는 게임에서 예측불허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방법 등에 흥미를 느껴 대학에서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딥마인드 창업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전신인 딥마인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훈련시키는 도구로 ‘벽돌깨기’게임을 사용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딥마인드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바둑에 이어 사람과 벌이는 두 번째 대결 도구로 ‘스타크래프트’라는 PC용 모의전략게임을 검토하고 있다. 모의전략게임은 인간 두뇌의 무한한 활용 능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좋은 분야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학습과 훈련에도 효과적이다.

국내에서도 게임업체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게임에 적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은 인공지능개발 랩이나 팀을 두고 그 결과물을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게임산업 신시장 창출전략을 세우고 게임분야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예산이 15억 원에 불과해 얼마나 타당성 있는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걸림돌은 부족한 예산이 아니다. 아직도 게임산업이라면 무조건 폐해만 거론하며 백안시하는 편견에 사로 잡힌 시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일정 시간 이상 또는 특정 시간대 이후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차단하는 것으로, 게임이 마약처럼 나쁜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법이란 사회적 통념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그 역이기도 하다. 법 때문에 사회적 통념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임산업을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는 절대로 세상을 뒤흔든 알파고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해서 게임 중독을 법으로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미국 콜럼비아대학과 프랑스의 파리데카르트 대학이 공동 연구한 11세 미만 아이들에게 미치는 게임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도했는데, 결론은 ‘게임 중독은 게임 자체 문제보다 부모의 노력과 책임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이 부모와 아이 간에 소통 단절을 낳고 게임중독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라는 뜻이다.

최연진 디지털뉴스부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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