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도 각인… 얻을 건 다 얻어”
‘알파고 약점 파악’ 목적도 달성
“얻을 건 다 얻었다.”
9~15일 일주일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의 대국’이 막을 내린 가운데 최종승자는 결국 행사를 기획한 구글이란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인공지능(AI) 기술의 검증부터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홍보까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막대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큰 수확은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세돌 9단은 바둑 경력 30여년에 각종 대회 우승만 47회에 달할 정도의 세계 최정상 바둑 기사다. 반면 알파고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의 프로그램일 뿐이다. 알파고의 입장에서 보면 이 9단과의 수 싸움은 스스로를 완전체로 진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알파고가 첫 패배를 당한 4국 직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세돌 같은 창의적인 인재와의 대결로 알파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이번 대회의 목적”이라며 “영국으로 돌아가 기보를 분석해 알파고를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4국의 이세돌 78수와 2국 알파고의 37수는 오랫동안 토론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단 한 번의 행사로 구글의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만천하에 뽐낸 것도 큰 성과다. 대국이 벌어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은 연일 경기 결과와 의미를 대서특필했다. 현장에는 외신 100여명을 비롯해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알파고의 3연승은 구글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이 잇따라 대국 관전을 위해 내한한 것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업계에선 “구글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공짜 광고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의 주가 역시 대국 전날인 8일 693달러에서 14일 730달러로 뛰었다.
무엇보다 10년 후 2,000조원 가량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공지능 분야를 구글이 선점하는 효과도 톡톡히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앞으로 더 많은 인공지능 관련 우수 인력들을 더 쉽게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은 더구나 상금(100만달러)까지 챙겼다. 구글은 대국 진행과 상금을 포함, 총 20억원 안팎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상금은 유니세프와 교육 및 바둑 단체 등에 기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9단은 대전료로 15만달러(1억6,500만원)와 국당 승리 수당 2만달러(2,200만원)만 받게 됐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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